《미실》을 쓴 소설가 김별아 씨(43·사진)가 백두대간에 올랐다.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한반도의 가장 크고 긴 산줄기 백두대간. 동네 뒷산 올라가기도 꺼리던 저자는 무슨 까닭으로 험난한 산길 오르기를 자처했을까.《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는 저자가 2010년 11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주말마다 백두대간을 오르며 온몸으로 겪어 낸 이야기와 깨달음을 담은 에세이다.

저자는 ‘벽’을 넘기 위해 백두대간에 올랐다고 고백한다. 강원도 강릉에서 나고 자란 저자에게 강원도 고갯길은 단순한 교통로가 아니었다. 그는 “어린 날 그토록 간절히 ‘탈출’하기를 꿈꾸며 바라보았던 애증의 산, 그때는 높디높은 ‘벽’만 같아 부수고 뛰어넘기를 열망했던 고개를 지금 내 발로 지르밟고 걷는다”고 말한다. 어릴 적 서울로 오면서 넘어야 했던 고개들을 제 발로 넘고 싶어 배낭을 꾸린 셈이다. 저자의 아들이 다니는 이우학교 백두대간 종주팀과 함께한 등반은 그렇게 시작됐다.

초보산행가에게 백두대간 종주는 높디높은 벽이었다. 겨울에는 북한의 개마고원과 맞먹는 영하 18도 날씨에 오들오들 떨고, 겨울산 3종 세트라 불리는 눈·바람·얼음길에 엉덩방아 찧기를 수차례. 여름에는 비옷을 입어도 온몸이 생쥐꼴로 젖기 일쑤였고, 풀섶에 앉아 빗물 섞인 밥을 먹어야 했다. 저자는 그래도 걷고 또 걸었다.

저자의 고생담만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산을 통해 저자가 깨닫게 된 교훈이 더 큰 감흥을 준다. 그토록 생고생을 하면서도 저자가 종주를 포기하지 않고 24명 중 4명뿐인 ‘개근 완주자’가 될 수 있었던 연유도 여기에 있다.

저자는 산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고, 한 단계 성숙할 수 있었다고 얘기한다. 저자는 겨울산을 오르며 “뒷사람을 위해 눈 위에 발자국을 만들고, 탈진할까봐 우겨서라도 간식을 나누고, 최후미로 도착한 일행을 위해 박수를 쳐주는… 함께 산을 오르며 삶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다”고 깨달음을 전한다.

각각의 글 후미에 담긴 아름다운 시는 책을 더욱 풍부하게 해준다. “…그러나 굳이/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