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궁서 30분간 취임식…핵가방 전달받아
"앞으로 몇 년이 러시아 국운 좌우" 역설

블라디미르 푸틴(59)이 7일(현지시간) 러시아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취임식은 이날 정오(한국시간 오후 5시)부터 크렘린 내 대(大)크렘린궁전의 안드레옙스키 홀에서 예상보다 짧은 약 30분 동안 진행됐다.

지난 2000~2008년 4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연임하고 헌법상의 3기 연임 금지 조항에 밀려 총리로 물러났던 푸틴은 3월 대선에서 63%대의 압도적 지지를 얻어 크렘린 복귀에 성공했다.

개헌을 통해 6년으로 늘어난 임기를 연임할 경우 2024년까지 장기 집권을 이어갈 기회도 잡았다.

전임자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46)는 푸틴 아래서 총리를 맡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4년 만에 정확한 역할 맞교대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푸틴은 이날 지난 4년간 근무해온 총리 집무실인 '벨르이 돔(백악관)'에서 자동차를 타고 출발해 취임식 2분 전 대크렘린궁전에 도착했다.

이어 엄숙한 표정으로 3천여명의 하객들이 도열한 게오르기옙스키 홀과 알렉산드르롭스키 홀을 지나 취임식장인 안드레옙스키 홀로 입장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상하원 의장, 헌법재판소장 등은 미리 취임식장에 도착해 신임 대통령의 도착을 기다렸다.

취임식에는 국가기관 대표, 지방정부 수장, 고위 군장성, 종교ㆍ학술ㆍ문화ㆍ스포츠ㆍ언론계 대표, 각국 대사 등이 하객으로 초청됐다.

외국에서 오는 사절은 받지 않았다.

올해 하객 수는 예년의 2천 명보다 크게 늘어났다.

푸틴이 입장한 뒤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먼저 퇴임 연설을 했다.

메드베데프는 푸틴 신임 대통령을 '경험있고 강한 지도자'라고 칭송하며 그의 성공을 기원했다.

그는 "다수의 국민이 지지하는 경험있는 사람이자 강한 지도자인 블라디미르 푸틴이 대통령에 취임하게 된 것이 기쁘다"며 "대통령직무의 성공적 수행을 빈다"고 말했다.

뒤이어 푸틴은 발레리 조리킨 헌법재판소장의 안내로 헌법 조문에 오른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함으로써 대통령에 공식 취임했다.

대통령직을 수행함에 있어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존중하고 지키며, 헌법과 국가의 주권과 독립을 보호할 것을 맹세한다는 내용의 선서문은 33개의 단어로 이뤄져 있으며 미국 대통령 선서문보다 세 단어가 짧다.

취임 선서와 함께 장내에 러시아 국가가 울려퍼졌고 크렘린궁의 대통령 집무실 지붕 위론 대통령 기(旗)가 게양됐다.

곧이어 푸틴이 취임 연설을 했다.

푸틴 대통령은 "향후 몇년이 앞으로 10년간 러시아 운명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 모두는 미래 세대의 삶과 국가 및 민족의 역사적 전망이 오늘 우리에게 달려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의 단결을 호소했다.

그는 "러시아의 미래가 새로운 경제와 현대적 삶의 기준을 확립하는데서의 실질적 성공과 국민을 보호하고 가족을 지원하며 발틱해부터 태평양에 이르는 거대한 러시아 영토를 건설하는 지속적 노력, 러시아가 전체 유라시아 대륙의 지도국과 중심이 되는 능력에 달려있다"고 역설했다.

푸틴은 또 러시아의 성공은 민주주의와 시민의 헌법적 권리, 자유를 강화하는데도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연설이 끝난 뒤 취임식장 밖에서 크렘린 의장대의 예포 30발이 발사되는 가운데 퇴장했다.

30은 러시아군(軍) 전체 계급수를 상징하는 것으로 같은 수의 예포는 대통령이 군최고통수권자임을 선언하는 것이다.

푸틴은 퇴장하면서 주변에 도열한 많은 하객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감사를 표시하는 여유를 보였다.

곧이어 푸틴 신임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전임 대통령은 크렘린궁내 비밀 장소로 이동해 '핵가방' 전달식을 가졌다.

핵가방에는 비상연락용 통신 장비와 핵무기 발사 명령 암호를 입력하는 특수장치 등이 들어 있으며 핵가방 전달은 신임 대통령이 군최고통수권자로서 군전력의 핵심을 이루는 핵무기 통제권을 물려받음을 의미한다.

뒤이어 크렘린궁의 '사원 광장'으로 나온 메드베데프와 푸틴이 대통령 근위연대의 사열을 받으면서 취임식은 끝이 났다.

취임식 종료와 함께 메드베데프는 크렘린궁을 떠났고 푸틴은 크렘린 내 블라고베셴스키 사원에서 러시아 정교회 키릴 총주교가 집전하는 취임 축하 예배에 참석했다.

한편 야권은 취임식 당일에도 모스크바 시내에서 푸틴 집권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시위 주최측은 이날 성명에서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나 피켓은 들지 않고 (정직한 선거를 상징하는) 흰색 리본만 달고 푸틴의 차량 행렬이 이동한 도로를 따라 시위를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푸틴 취임식 하루 전인 6일 모스크바 도심에서 열린 야권 시위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야권 지도자 등을 포함 436명이 체포됐다고 모스크바 경찰이 발표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