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일반분양을 진행 중인 서울 왕십리뉴타운 2구역의 단지 내 상가는 아파트 동(棟) 1층에 들어서 있다. 도로와 접하고 있는 동의 1층은 상가, 2층 이상은 아파트다. 단지 내 상가는 보통 아파트 주출입구 쪽에 별도의 박스형 건물로 짓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 곳은 도로변 동 1층에 일렬로 상가를 배치, 아파트 입주민뿐만 아니라 지나가던 사람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길(street)을 따라 늘어선 저층 ‘연도형 상가’가 새로운 상가 개발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전반적인 상권 침체 속에서도 청담동명품거리 가로수길 등 길을 따라 늘어선 상권이 인기를 모으자 고층 건물 형태가 주춤해지고 저층 연도형이 늘고 있다.

○단지 내 상가 1층 속으로

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신도시나 재개발구역에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들 중에서 도로변 아파트 동 1층에 상가를 들여 상가 거리를 조성하는 곳들이 늘고 있다.

재개발구역을 보면 서울 미아동 래미안 트리베라1·2차, 래미안 길음8·9차가 도로변 1층에 상가를 배치했다. 이들 단지를 시공한 삼성물산 관계자는 “상가 조합원이 많았던 단지들”이라며 “상가 조합원들의 재개발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입주민뿐만 아니라 외부인의 접근성도 뛰어난 형태로 상가를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왕십리뉴타운2구역의 경우 단지 내 상가가 단지 동쪽과 서쪽 도로변 동의 1층에 배치됐다. 심지어 단지 서쪽 도로변 상가는 저층부가 주상복합 단지 내 상가처럼 하나로 연결돼 있어 1층 상가가 끊기지 않고 이어져 있다.

2기 신도시에서도 어렵지 않게 연도형 단지 내 상가를 찾을 수 있다. 은평뉴타운에선 대부분의 단지 내 상가가 2차선 도로변 동 1층에 일렬로 배치됐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광교신도시 래미안 광교도 연도형 상가를 들였다.

건설사들은 지역 랜드마크를 목표로 짓는 초대형 단지들에도 연도형 상가를 도입하고 있다. 용인 동천동 삼성 래미안, 수원 권선동 아이파크시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쇼핑몰도 연도형이 대세

쇼핑몰도 연도형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2010년 이전엔 10층 이상 단일동으로 이뤄진 쇼핑몰이 주로 분양됐지만 최근 들어 길을 따라 지상 2~5층의 건물을 연이어 배치하는 형태의 상가분양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송도국제업무지구의 ‘커낼워크’는 전체 길이가 780m에 이르는 국내 최장 연도형 상가다. 일산 신도시에선 초대형 워터파크와 스노파크를 갖춘 엔터테인먼트 쇼핑몰 ‘원마운트’의 연도형 상가가 내년 3월 개장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인위적으로 연도형 상가 거리를 조성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송파구는 지난주 석촌호수길 변에 카페거리를 조성하기 위해 1층 건물들에 상가만 들일 수 있도록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했다.

○상권 활성화가 목표

신도시나 재개발 구역에선 개발이익을 높일 수 있어서 조합원들이 연도형을 선호하고 있다. 상가개발업체인 더브릭스의 김상태 사장은 “1층 상가는 아파트 용적률 산정에서 빠지는데다 2층보다 두 배 이상 높은 분양가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사진 곳에 위치한 연도형 단지 내 상가는 활성화에 실패하고 있고, 통상 단지 내 상가 2~3층에 들어오는 세탁소 학원 등이 높은 1층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꼭 필요한 주민 편의시설이 부족해진다는 단점도 있다. 쇼핑몰의 경우 연도형이 기존 고층 건물 상가와 달리 고객들의 이동이 편리하고 시각 노출 효과가 크다. 길연진 이넥스플래닝 사장은 “가로수 길 등 길을 따라 늘어선 상권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며 “요즘 상가시장의 화두는 한마디로 ‘길’”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