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돈봉투 직접 지시했나" 박희태 의장 추궁
박희태 국회의장(74)이 현직 의장으로는 사상 두 번째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예우 차원에서 소환조사 대신 부장검사를 비롯해 검사와 수사관을 직접 공관에 보내 자정 넘어까지 조사를 벌였다.

이상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과 송강·박태호 등 검사 3명, 수사관 3명은 19일 서울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을 방문해 접견실에서 박 의장을 조사했다. 현직 국회의장이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은 1997년 ‘한보 사건’ 당시 김수한 의장(84)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 오전 9시23분, 수사관들이 먼저 승합차로 공관 정문을 통과한 후 수사기록을 뭉치채로 들고 내렸다. 이어 9시38분, 이 부장 등 검사들이 승용차 편으로 들어섰다. 공관 앞 한남초등학교 옆 길목 양옆 200m가량은 70여명의 취재진과 이들의 취재차량으로 가득 메워졌다. 일부 카메라 기자들은 인근 주택 옥상이나 담위에 올라가 취재했다. 경찰 10명가량이 공관 정문과 후문 앞에 출입통제선을 쳤으며 한남초 옆 골목길로의 차량 진입도 막았다.

조사는 이 부장검사가 박 의장을 만나 10여분 정도 면담을 나눈 후 10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조사실은 공관 2층 접견실. 이곳에 있던 원탁테이블을 치우고 직사각형의 테이블 2개를 ‘ㄱ’자 형태로 배치해 마련했다. 검사와 수사관 각각 2명, 박 의장과 변호인이 모두 정장 차림으로 참석했고 이 부장검사는 수사관과 번갈아가면서 자리했다. 조사 때 호칭은 현직 의장임을 감안해 ‘의장님’으로 했다.

통상 검사가 신문하면 수사관이 컴퓨터로 받아 기록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박 의장의 진술 문구 하나하나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박 검사와 송 검사 둘이 번갈아 가면서 신문하고 직접 받아쳤다. 박 의장이 고령임을 감안, 1시간 조사 후 10~20분 휴식을 취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중간에 식사는 검사들이 서초동에서 준비해온 도시락을 먹고 박 의장은 따로 먹었다.

검찰은 박 의장을 상대로 2008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고승덕 의원실에 300만원이 든 돈봉투와 당협 간부들에게 뿌릴 목적으로 구의원들에게 2000만원을 건네도록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이 있는지를 캐물었다. 또 전대 직전 라미드그룹으로부터 받은 억대의 변호사 수임료를 어디에 썼는지, 자신 명의로 개설한 1억5000만원대 마이너스 통장을 통해 돈을 캠프에 전달한 사실이 있는지도 추궁했다.

박 의장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와 마찬가지로 “돈봉투를 돌린 사실을 검찰 수사 후에서야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은 앞서 검찰 조사에서 ‘박희태 의장이 시켜서 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져 두 사람의 말이 엇갈리고 있다. 검찰은 두 사람을 불구속기소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미 구속된 안병용 새누리당 은평갑 당협위원장(54)과의 형평성을 들어 구속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주 중 수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