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는 1979년 23개로 출발했다. 1983년 103개, 1984년 205개에 이어 1989년 237개로 정점에 달했다. 사업체 수 기준으로는 1만9156개에 달해 제조업 전체(6만5684개)의 29.2%를 차지했다.

이후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와 함께 단계적으로 고유업종 수가 줄었다. 1994년 179개, 1995년 134개, 1997년 88개, 2002년 45개 등으로 축소됐다. 간신히 명맥만 유지해오던 중기 고유업종 제도는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폐지됐다. 당시 정부는 무역 자유화에 따른 수입 개방 확대로 국내 대기업이 역차별받을 수 있고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과 품질 향상 등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이 커졌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제도는 그러나 폐지 5년 만인 지난해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이명박 정부가 대·중소기업 동반 성장을 화두로 제시하면서 2010년 9월 동반성장위원회를 만든 지 정확히 1년 만이다.

동반위는 지난해 9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79개 품목을 적합업종으로 선정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형식상 ‘민간 자율’이라는 형태로 이뤄졌던 적합업종 지정은 4월 총선을 앞두고 분위기가 달라졌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대·중소기업 간 적합업종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않거나 합의 내용이 이행되지 않으면 동반위가 중소기업청장에게 ‘사업조정’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상생법)을 개정했다. 정부의 ‘사업조정’을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돼 있다. 이로써 형식상 민간 자율, 사실상 법제화를 통해 강제 시행의 길이 열렸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