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가들이 과도한 복지로 국가재정이 거덜났듯이 한국의 상당수 가정들은 취업을 하지 않는 자녀들을 뒷바라지하느라 고통을 받고 있다. 자녀가 학생 때에는 사교육비 부담을 짊어져야 하고, 졸업 후에는 직장을 구하지 못한 자녀의 생활비까지 책임지다 보면 은퇴 준비가 망가질 공산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60세 이상 가구주의 월평균 생활비는 약 200만원이다. 국민연금만으로 이 돈을 충당하기는 어렵다. 국민연금이 도입된 1988년부터 20년간 돈을 낸 가입자의 월평균 수령액은 70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가입 기간이 늘어나면 수령액도 증가하지만 그래도 한 달에 100만원가량의 노후자금은 개인이 따로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은퇴가 본격화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상당수는 자녀 교육비 부담 등으로 거의 저축을 하지 못했다. 메트라이프생명과 서울대가 2010년 베이비붐 세대 46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노후대비 저축액은 월 17만원에 불과했다.

자녀의 독립 시기가 늦어지면 부모의 노후대비도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LG경제연구원은 △부모의 평균 은퇴 연령을 61세 △자녀의 평균 독립 연령(첫 취업시기)을 25세로 산정한 뒤 한국에서 부모가 자녀를 독립시키고 나서 은퇴를 본격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을 8.7년으로 추정했다. 자녀의 취업 시기가 늦어지면 준비기간은 짧아진다. 미국 부모의 은퇴 준비 기간은 15년, 일본은 12.4년인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가정은 구조적으로 취약한 상태다.

이지선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한국 부모의 은퇴준비 기간은 1995년 10.3년에서 2000년 9.8년, 2005년 9.1년으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라며 “지금 추세대로라면 2030년에는 부모의 은퇴준비 기간이 3.4년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