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감 높지만 회의적 시각도

미국 5개 대형은행이 260억 달러 규모의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부담을 경감해주기로 합의하자 지지부진한 미국 주택경기가 살아나는데 큰 힘이 될지 세간의 관심이 높다.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명운을 걸고 밀어붙인 이 조치가 일단 합의에 성공하면서 주택시장에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지만 한편에서는 혜택을 받는 주택소유자들이 제한돼 있어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미국의 5개 은행은 49개 주(州) 정부와 협의한 끝에 주택담보대출 계약 및 주택압류 업무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과실을 인정하고 그 대가로 주택이 압류됐거나 압류될 위기에 처한 200만 가구에 대출금 경감이나 이자율 인하 등의 혜택을 주기로 지난 9일 약속했다.

조정안에 합의한 은행은 BoA 외에 JP모건체이스, 웰스파고, 씨티뱅크, 앨라이파이낸셜 등이다.

합의안에 따르면 은행들은 대출부담을 덜어주는 것 외에 지난 2008년 9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은행에 의해 주택이 압류된 75만명에게 1천500~2천달러를 줄 방침이다.

하지만 5개 은행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한 주택소유자들만 혜택을 입는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오하이오주 톨레도에 거주하는 제시카 쿠퍼 부부는 BoA를 통해 빌린 모기지 자금의 상환조건을 완화해 달라고 계속 요구해왔으나 이 자금이 은행이 아닌 연방주택관리국 소유로 돼 있어 이번 합의와 관련이 없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웰스파고 은행에서 자금을 빌린 카를로스 산도발씨 경우도 돈은 은행을 통해 빌렸지만 정작 그 자금의 소유주는 개인 투자자였다는 이유로 이번 합의에 따른 혜택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은행들이 이런 지원을 한꺼번에 풀어놓지 않고 3년에 걸쳐 나누어 하도록 돼 있는 점도 경기회복 효과를 반감시키는 요소라고 이코노미스트들은 지적한다.

국책 모기지 기관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경우 합의에서 제외된 점도 문제다.

이들 기관의 대출은 미국 전체 모기지 대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를 제외하고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이번 합의가 주택경기 회복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회생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숀 도노반 미 연방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이 합의는 촉매효과를 낼 것"이라면서 "매니매와 프레디맥의 모기지 대출에 대해서도 원칙적인 부담경감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주택경기 회복이 대선 승리에 중요한 바탕이 된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점도 회복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조치를 발표하면서 "큰 의미를 갖는 합의(land mark settlement)"라 표현하면서 "시장 침체로 큰 타격을 받은 주택소유자들이 회복하고 모기지업계의 잘못된 관행을 시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주종국 특파원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