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비자들은 '게릴라'…"개인 이익 좇아 이합집산"
대기업에 다니는 2년차 직장인 김성범 씨(30)는 한 포털사이트 해킹 피해자 카페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씨가 가입한 카페 회원은 7만5000명. 그는 “내 이익을 위해서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과 함께 해야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며 “내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 대해서는 주저없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올해는 소비자들이 김씨처럼 빠르게 이합집산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릴라’식 특성을 보일 것이란 보고서가 나왔다. 제일기획은 29일 내놓은 ‘2012년 소비자 조사보고서’를 통해 올해 국내 소비자의 대표 키워드로 ‘게릴라’를 꼽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 3년 동안 서울 등 전국 6개 도시에 사는 만 13~59세 남녀 3800명의 라이프스타일 자료를 비교·분석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게릴라처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자신과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이익을 공유하려는 사람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모든 분야의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소비자들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화됐다”며 “문제를 혼자 해결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느끼면서 다양한 연대의 형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고 인식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응답자 중 ‘성실하게 돈을 모아서는 원하는 삶을 살 수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2009년 48.7%에서 지난해 55.7%로 늘었다.

가족관계에서 개인주의적인 성향은 강화됐다. ‘가족을 위해 나를 희생할 의향이 있다’는 의견은 2009년 54.1%에서 지난해 48.9%로 감소했다. 반면 ‘가능하다면 노후에 자식으로부터 독립해 따로 살고 싶다’는 응답은 2009년 67.9%에서 61.2%로 줄었다. 기업들이 이처럼 이기적 성향을 보이면서 문제인식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문제를 풀어가려는 소비자들의 ‘게릴라 연대’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선택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품과 서비스의 장·단점, 환불정책 등 소비자들이 미심쩍어 하는 부분을 미리 알려줘야 한다는 것. 또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만이 아니라 ‘원할 만한 것’을 제공하는 등 소비자를 생각하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조경식 제일기획 마케팅전략본부장은 “기업이 소비자와 연대를 맺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진정한 마케터라면 생활 속에서 자기 회사의 브랜드가 소비자의 진정한 연대자가 되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