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CNK에서 확인된 관료리스크
한국경제신문은 작년 6월28일자에 ‘개미 발등 찍는 관료 리스크’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관료들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공표함으로써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전까지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외교통상부의 씨앤케이(CNK)인터내셔널 다이아몬드 매장량 의혹’도 지적했다. 외교부가 다이아몬드 추정 매장량을 객관적으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점과 회사 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원외교 홍보에 눈이 먼 당국자가 추정 매장량을 보도자료에 명시한 정황도 폭로했다.

기사가 나가자 외교부는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권에 대한 한국경제 기사 관련’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적극 반박했다. “카메룬 정부가 엄격히 대조 검토한 내용인만큼 다이아몬드의 실체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보도자료 배포를 주도한 김은석 외교부 에너지자원대사는 “왜 이렇게 나를 못 살게 구느냐”며 지인을 통해 기자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7개월이 흐른 지난 26일. 감사원은 ‘외교통상부 보도자료 배포 등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외교부의 주장을 뒤집었다. 외교부 발표와 달리 카메룬 정부는 엄격한 대조 검토를 한 사실이 없으며 추정 매장량을 인정한 적도 없다는 것이 감사원의 감사결과다. 국제경제국장 등 외교부 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본지 기사에 대한 반박 보도자료를 공표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결국 외교부의 잘못이 드러났지만 뒤끝은 개운치 않다. 기자는 정부 발표라면 일단 믿고 보는 개인투자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피해를 줄였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기사를 작성했다. 하지만 외교부가 반박 자료를 내면서 CNK는 곧바로 상한가를 쳤다. 관료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작성한 기사를 토대로 관료 리스크가 재생산되는 엉뚱한 결과가 나타난 셈이다.

당일 8510원까지 치솟았던 CNK 주가는 현재 3460원에 불과하다. 감사원이 내용을 바로잡기는 했지만 투자자에게는 이미 씻을 수 없는 손실을 입힌 상태다.

김은석 대사는 지금도 자신에 대한 감사원의 사퇴 권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그렇게 발빠르게 대응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앞으로 투자자들이 얼마나 많은 관료 리스크에 휘둘려야 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노경목 증권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