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의 구심점이던 정권 실세들이 줄줄이 퇴장하고 있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박희태 국회의장에 이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결국 중도 사퇴하고 말았다. 하나같이 측근 비리 아니면 돈봉투 의혹으로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은 뒤끝이다. 이들은 실세 중의 실세로 꼽혀왔던 70대 원로들이다. 정권 출범과 함께 정치와 국정의 주요 결정권을 행사해왔다는 평가를 듣는다.

그런 사이에 과거 5공화국 독재정권을 방불케 하는 권위주의가 부활해 영일대군, 방통대군이란 호칭이 공공연하게 나돌았고 이들의 주위에 왕차관이니 정치적 양자니 하는 2인자들이 뒷골목 권력을 행사해왔다. 금융계에서 4대천왕이란 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원로 실세들의 퇴장은 당연한 귀결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때를 놓쳤다고 해야 옳다. 특히 이상득 의원과 최시중 전 위원장은 진작에 물러났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온갖 기회주의자들의 집합체였던 선진연대는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형님과의 인연을 지금도 이력서에 쓰고 있다. 엄지와 검지도 구분하지 못하는 원로에게 첨단산업인 통신을 맡긴 결과 SNS는 새로운 소통수단이 아니라 사회를 분열시키는 괴물이 돼버렸고 2040과 5060은 급기야 세대전쟁까지 치르게 된 상황이다. 그의 치적이라는 종편 사업자 선정은 각종 특혜 의혹과 로비설이 끊이지 않는다. 가는 곳마다 마이크를 길게 잡고 에~! 에~!를 연발하며 사람들이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새삼 가르치려고 든다면 누구라도 질색하지 않겠는가. 그것 때문에 이들 원로는 대부분이 5공 스타일이라는 비판도 받아왔다. 5공식 꼰대 정치라는 평판이 높았으니 전두환 시절에 대학을 다녔던 486들이 그토록 원초적인 저항심리를 보이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노인이 되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러나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버티는 것은 더욱 슬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