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중앙은행(SAMA)이 아무 공시 없이 대구은행 지주회사인 DGB금융지주의 최대주주로 올라서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대량 보유 공시와 관련한 ‘5% 룰’을 위반하고 최대주주에 오른 사실조차 알리지 않아 의결권이 제한되고 추가 제재 조치가 취해질 전망이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DGB금융은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명부를 확인한 결과 최대주주가 삼성생명(7.25%)에서 SAMA(8.96%)로 변경됐다고 신고했다. 지난해 5월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할 당시 SAMA는 DGB금융 지분 2.89%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후 작년 말까지 지분 6.07%를 추가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주주에 오를 정도로 주식을 집중 매수했지만 SAMA는 아무 신고도 하지 않았다. 상장 기업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5% 넘게 보유하면 지분 취득 목적과 상세 내역 등을 반드시 보고해야 한다. SAMA는 ‘5% 룰’을 어긴 데다 최대주주에 오른 사실도 밝히지 않았다. DGB금융 관계자는 “주주명부를 보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고 SAMA로부터도 연락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SAMA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앙은행으로 자체 운용하는 국부펀드를 통해 DGB금융에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SAMA의 국부펀드(SWF)는 작년 10월 기준 4780억달러 규모로 세계 4위 수준이다. 국내 상장 기업 주식을 5% 이상 취득한 것은 DGB금융이 유일하다.

금감원은 SAMA의 DGB금융 지분 취득과 관련해 조사에 나섰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5% 룰’을 위반할 경우 형사상 책임이나 유가증권 발행 제한, 처분 명령, 의결권 제한, 경고 조치 등의 제재를 내릴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사 결과를 본 뒤 어떤 조치를 취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DGB금융 관계자는 “SAMA가 장기 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산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조진형/김석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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