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30여개국 국가 지도자가 교체되는 ‘슈퍼 대선의 해’가 밝았다. 올해 한국을 비롯해 미국 프랑스 러시아 등 29개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열린다. 중국에선 공산당 지도부의 세대교체가 단행되는 등 각국의 최고 지도자가 집단으로 물갈이된다. 단순히 각국 대선이 올해 집중돼 있다는 차원이 아니다. 주요 20개국(G20) 중 인도 멕시코 등 8개 나라의 리더가 교체되는 만큼 글로벌 권력지형에 미치는 여파가 클 수밖에 없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세력 구도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북한의 김정은 체제 출범에 이어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변 열강들이 모두 수장을 새로 뽑는다. 한반도 정세는 안갯속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2012 글로벌 슈퍼大選] '大權 여의주'를 삼켜라…30개국 권력교체 드라마 시작됐다
올해 미국(11월)과 중국(10월), 러시아(3월), 프랑스(4월)가 새 지도자를 선출한다. 독일도 9월에 총선이 예정돼 있는 만큼 리더 교체 가능성이 적지 않다.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주요국에서 대형 정치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경제위기로 지난해 아일랜드, 포르투갈, 덴마크,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에서 집권당이 도미노 몰락을 했던 점을 고려할 때 올해도 대규모 정권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 유럽과 미국의 ‘쌍둥이 경제위기’가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초미의 관심은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의 정권교체 여부다. 미 대선은 ‘지상 최대의 정치 이벤트’일 뿐 아니라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의 핵심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한국과 미국은 그동안 엇박자로 보수와 진보세력이 집권하면서 대북정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한 면이 있었던 만큼 한국과 미국에 새로 들어설 정부의 성격과 정책 방향에 대한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중국도 10월에 서방 민주국가들과 방식은 다르지만 새 지도부를 선출한다. 이미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상무부총리가 각각 국가주석과 총리 자리를 예약했고,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비롯해 핵심지도부 70% 정도가 새롭게 구성될 예정이다. 한층 젊어진 차세대 중국 지도부가 어떤 정책목표를 내놓을지, 대북정책에선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의 권력전환과 미국 정권교체가 맞물리면서 G2의 대결구도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미국 공화당의 유력 주자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대선에서 승리하면 가장 먼저 위안화 환율 조작 제재명령을 내리겠다”고 공언했다.

글로벌 정치 무대에서 튀는 언행과 사생활 등으로 주목받았던 정치 지도자들이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남미에선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4선 여부가 주목된다. 차베스는 2010년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49%대의 지지율을 유지하는 건재를 과시했다. 그러나 1999년 집권한 차베스가 집권기간을 연장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한편 지난해 ‘아랍의 봄’으로 철권 통치했던 독재자들을 몰아낸 이집트, 리비아, 예멘도 과도정부의 주도 아래 헌법 제정과 총선, 대선 등 주요 정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이집트가 6월 말, 예멘이 2월 하순 대선을 치른다. 7월 멕시코 대선도 멕시코 역사의 주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2000년 선거에서 71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한 국민행동당(PAN)과 12년 만에 정권 탈환을 노리는 제도혁명당(PRI)이 정면으로 충돌한다. 중화권에선 이달 대만 총통선거와 3월 홍콩 행정장관선거도 치러진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