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9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발표 이후 미국 일본 러시아 정상과 잇따라 전화통화를 갖고 향후 대응에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4강 중 유일하게 중국과는 정상 간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 최고 권력자의 급사(急死)와 같은 비상상황에서 북한에 가장 영향력이 큰 중국과의 대화 채널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이 대통령의 전화 요청엔 응하지 않은 채 20일 오전 베이징의 북한대사관에 차려진 빈소를 방문해 조의를 표명하는 등 북한에 대해선 혈맹 관계를 적극적으로 과시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어제(19일) 중국에 정상 간 전화통화를 요청한 상태지만 아직 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이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긴급 현안질의에서도 이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구상찬 한나라당 의원은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북한의 중대 발표 이후 50시간 동안이나 북한에 가장 영향력이 있는 중국 정상과 통화를 하지도 못했다”며 “외교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 의원은 또 “한반도 주변국가와 공동 대응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하는데 가장 중요한 중국과는 소통이 안 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김 장관은 “어제부터 통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실토하고,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과의 통화는 곧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김동철 민주통합당 의원은 “외교부 장관이 지금 통화를 한다는데 하루 지나서 이제 통화하고…”라고 혀를 찼다. 김 의원은 이어 “송민순 의원(노무현 정부 시절 외교부 장관)은 ‘중국 당국과 수시로 통화했다’고 한다”며 몰아붙였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의 후 주석은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 이외의 다른 외국 정상과 전화통화로 대화하는 경우가 흔치 않다”며 “전화가 아닌 다른 경로로는 중국 측과 협조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어쨌든 중국이 이명박 정부에 냉랭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동안 지나치게 친미외교에 무게를 실어온 데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동시에 향후 대북정책을 전향적으로 전환하라는 압박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