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 정기인사에서 승진 또는 다른 회사로 이동한 주요 대기업 사장급 이상 최고경영자(CEO) 중 절반 가까이가 이공계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명의 사장 중 4명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이른바 ‘SKY’대 출신이 아니었다.

한국경제신문이 11일 삼성 LG 현대중공업 GS LS 동부 코오롱 한국타이어 등 사장단 인사를 끝낸 8개 대기업의 신임 CEO와 사장급 이상 보직 변경자 53명을 분석한 결과다.

재계 뉴리더 이공계가 대세…새 CEO 명함은  55세  '이 서 영'

◆45%가 이공계 출신

CEO 53명 중 24명(45.3%)의 학부 전공은 이공계였다. 지난해 삼성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 CEO 57명을 조사했을 때에 비해 이공계 비중이 5%포인트가량 늘었다.

전기·전자 공학 전공자(8명)가 가장 많았다.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나온 권오현 삼성전자 DS사업총괄 부회장과 고려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권희원 LG전자 사장이 대표적이다.

전기전자에 이어 재료금속(6명)과 화학공학(5명)이 뒤를 이었다. 사장 승진 1년 만에 부회장이 된 이종근 동부제철 부회장이 고려대 금속공학과를, 삼성 중국본사 사장으로 옮긴 장원기 삼성전자 사장이 연세대 화학공학과를 각각 나왔다. 이공계 사장들은 상경대 출신 CEO들이 포진해온 기업으로도 활동 반경을 넒혔다. 부산대 물리학과 출신인 윤진혁 삼성 일본본사 부사장이 에스원 사장으로 승진했으며, 한양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한 김봉영 삼성SDS 부사장이 에버랜드 사장이 됐다.

공대 출신이 많은 만큼 주로 연구ㆍ개발(R&D) 분야에 몸담았던 CEO들이 많았다. 40%가량인 21명이 R&D 같은 기술 파트에서 재직해 작년에 비해 그 비중이 2배로 늘었다. 전략기획 분야를 전문으로 한 사장 비율(37.7%)은 작년보다 20%가량 줄었다.

◆26세 입사해 55세 사장 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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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승진한 CEO들의 평균 나이는 56.1세였다. 부회장 승진자와 사장 보직 이동자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올해 처음 CEO가 된 25명의 평균 연령은 55.4세로 집계됐다. 평균 만 26세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들은 입사 29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한 셈이다.

오너 일가를 제외한 월급쟁이 CEO 중 가장 어린 사장은 최석순 코오롱글로텍 대표(47)였으며 임병용 GS 경영지원팀장(49)이 뒤를 이었다. 그룹 오너 일가인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경영기획총괄 사장(43)과 구자은 LS전선 사장(47) 등도 40대 사장에 이름을 올렸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이자 조양래 한국타이어 사장의 둘째 아들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39)은 유일한 30대였다.

그룹 공채 출신 CEO가 대다수였지만 외부 영입파도 11명으로 전체 중 20.7%를 차지했다. 동부그룹이 대표적이다. 7명의 사장 승진과 전보자 중 5명이 외부에서 영입됐다. 반면 삼성은 14명 중 김석 삼성증권 사장만이 외부 출신이며 나머지 13명은 모두 그룹 공채 출신이어서 대조를 이뤘다.

◆‘이서영’ 강세

승진 또는 이동한 CEO 중 36%가량인 19명은 서울대 출신이었다. 고려대가 8명(15.1%), 연세대가 7명(13.2%)으로 각각 2위, 3위였다. ‘SKY’ 대학 출신자가 아닌 CEO도 19명으로 서울대 졸업자와 숫자가 같았다. 한양대(4명) 성균관대(3명)가 뒤를 이었다.

지방대를 나온 사장은 윤진혁 에스원 사장과 최종웅 LS산전 사장(이상 부산대), 이철환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실장(경북대), 김종식 LG전자 사장(영남대) 등 4명이었다. 출생지는 서울이 18명(34%)으로 가장 많았다. 부산·경남(10명)과 대구·경북(9명)을 합친 영남권 인사도 36%를 차지했다. 이공계,서울대를 나온 영남권 출신인 ‘이서영’의 약진이 올해 대기업 사장단 인사의 특징으로 꼽혔다.

명문고 위상은 다소 약해졌다. 경기고 출신자가 7명으로 가장 많았으나 그 비중은 13%에 그쳤다. 경북고(4명), 서울고(3명) 출신 비중도 높지 않았다. 경복고 중앙고 경북사대부고도 2명씩 CEO를 배출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