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장 전 분식회계 혐의로 증시 퇴출 초유의 사태
- 개인투자자 피해 눈덩이…책임론 거세질 듯

삼성중공업 피인수 기대로 한껏 주가를 올렸던 산업용 보일러 제조회사 신텍이 상장 요건을 맞추기 위한 분식회계 혐의로 증시에서 퇴출 결정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해당 회사 경영진은 물론 상장 당시부터 외부 회계감사를 맡았던 삼일회계법인과 기업공개 주관 증권사인 우리투자증권, 이를 심사한 한국거래소 등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여 파문이 예상된다.

◆ 상장 전 분식회계 퇴출 첫 사례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전날 장마감 후 공시를 통해 신텍의 상장서류 허위기재와 관련해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된다'라고 밝혔다. 이의신청 등의 절차가 남아 있지만 사실상 증시 퇴출 통보인 셈이다.

신텍 사태는 지난 9월 6일 한국거래소가 분식회계 관련 제보를 접수, 매매거래를 정지시키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삼성중공업에 인수되는 것을 계기로 초우량 코스닥업체로 부상했던 신텍이 갑자기 분식회계설에 휘말렸다.

이로 인해 삼성중공업과 신텍의 인수계약(주식양수도)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고 최근 계약해지가 최종 결정됐다. 당초 삼성중공업은 신텍의 지분을 27% 인수하며 최대주주에 오를 예정이었다.

시장에서는 삼성중공업이 인수에 나설 정도로 우량 기업이라는 평판이 있었던 데다 대형 회계법인이 인수 실사를 벌였다는 점에서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이후 신텍은 반기 재무제표에 대한 오류를 인정했지만, 재감사 과정에서 상장 전 분식회계 혐의가 드러나 파장이 더욱 확대됐다.

결국 상장 신청 당시 중요한 실적을 허위 기재한 혐의로 상폐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가리는 심사에 넘겨졌다.

제대로 된 재무자료가 제출됐다면 아예 주식시장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었던 기업이 실적 부풀리기로 증시에 입성했다는 의미여서 충격도 만만치 않았다. 상장 서류를 허위 기재한 혐의로 상폐실질심사 대상 여부 심사를 받게 된 경우는 신텍이 처음이었다.

한국거래소는 재감사를 통해 상장시 제출한 첨부서류에 중요한 허위기재 또는 누락된 사실이 확인됐다며 신텍을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올렸다.

실제 신텍은 올 상반기 실적을 기존 영업이익 39억원에서 영업적자 27억원으로 수정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도 기존 87억원에서 18억원 적자로 바꿨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2008년 재무제표다. 신텍은 2009년 4월에 상장했는데 2008년 재무제표에 이상이 있다는 것은 상장 신청서를 허위 기재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신텍은 2008년부터 상장을 준비했지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일정이 미뤄져 이듬해 4월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상장 예비심사 단계인 2008년에는 직전연도인 2007 회계연도 재무자료가 기준이 됐다. 하지만 상장일정이 늦어지면서 2008년 실적이 확정됐고, 이에 따라 상장을 위한 양적요건 기준도 2008 회계연도로 바뀌었다.

신텍은 2008년 영업이익이 122억원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영업적자 46억원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기순이익도 40억4500만원 흑자에서 117억5200만원 당기순손실로 정정됐다.

정정된 2008회계연도 재무제표에서 당기순이익이 당기순손실로 바뀐 것은 핵심 상장요건 중 하나인 '법인세차감전 순이익이 흑자여야 한다'는 기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 한국거래소 측의 판단이다.

◆ 개인투자자 피해 눈덩이…책임론 거세질 듯

국내 굴지의 대기업 계열사인 삼성중공업의 피인수 호재와 기업분석이 주임무인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호평 일색 보고서에 별다른 의심없이 주식을 샀던 개인투자자들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특히 신텍은 개인투자자 지분 비율이 45%에 달할 정도로 소액 주주 비중이 높고,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대출 금액도 100억원에 이르고 있어 사태는 더욱 심각한 상태다.

신용대출의 경우 거래정지 기간에도 대출이자는 그대로 적용되고, 증권사 마다 다르지만 90일 정도의 대출기간이 만료되면 곧바로 현금으로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신텍 자체는 물론 회계감사를 맡았던 삼일회계법인, 신텍의 기업공개(IPO)를 담당했던 주관 증권사인 우리투자증권, 상장심사를 맡았던 한국거래소 등도 이번 사태의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편 신텍은 앞으로 거래소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7일 이내)한 뒤 '개선계획표'를 상장위원회에 제출, 실낱같은 상장유지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이의신청이 없으면 이의신청 만료일 경과 이후 곧바로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된다.
이의신청이 있는 경우 이의신청을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상장위원회가 열린다. 상장위원회는 신텍의 이의신청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상장폐지 또는 개선기간(6개월)을 부여하게 된다. 만약 상장폐지 결론이 나올 경우 일주일간 정리매매를 통해 증시퇴출 수순을 밟게 된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