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53위인 금호석유(2일 종가기준 4조8052억원)가 1위인 삼성전자(154조6643억원)를 눌렀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11월28일~12월2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보다 금호석유를 더 많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총 상위주 위주로 매매하는 외국인의 투자 성향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외국인은 금호석유를 1993억원어치 순매수해 금액 기준으로 가장 많이 샀다. 삼성전자는 1973억원의 순매수로 금호석유에 이어 외국인 순매수 상위종목 2위를 차지했다.

금호석유가 주목받은 이유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달 30일 보유지분 10.4%를 전량 처분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그간 문제가 됐던 '그룹 지배구조' 리스크가 제거될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이정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계열분리를 통해 화학 전업 소그룹으로 재출발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호석유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 며 "4분기 영업이익은 부진할 것으로 보지만 빠듯한 합성고무 수급과 지배구조 리스크 제거 등을 고려하면 '비중 확대'를 권한다"고 말했다.

박삼구 회장이 지분을 처분한 지난달 30일과 이 소식이 전해진 지난 1일 금호석유는 각각 7% 이상 급등했다.

그러나 2일에는 검찰이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소식에 닷새 만에 하락했다. 재판부가 구속영장을 받아들일 경우 박찬구 회장 중심의 금호석유 경영권에 변동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각에선 박찬구 회장 자리가 비게 되면 박삼구 회장이 다시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안상희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런 단기 영업외적 요인이 금호석유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 이라며 "이번 영장청구 시점이 최근 박삼구 회장 지분의 블록딜이 완료된 이후 이뤄졌음을 감안할 때 이번 조치는 돌발적인 사안이 아닌 지난 7개월간의 검찰조사 마무리 단계에서 이뤄진 수순"이라고 풀이했다.

안 연구원은 "그룹 계열분리 등 금호석유의 경영 정상화가 가속화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고 과거 대주주의 검찰조사가 처음 부각됐던 지난 4월12일 이후 주가 움직임을 감안하면 주가조정시 매수 관점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검찰조사가 처음 시작된 4월11일 이후 고점인 4월22일까지 화학업종지수가 14.7% 상승한 데 비해 금호석유 주가는 41.5%로 크게 반등했다는 설명이다.

지난주 기관은 삼성전자(3511억원)를 가장 많이 순매수했고 이어 금호석유(2151억원)를 두 번째로 많이 사들였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