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시타정경숙'처럼…日 뉴리더 키운다
1979년 파나소닉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 회장은 사재 70억엔을 털어 인재 육성 기관인 ‘마쓰시타정경숙’을 세웠다. 일본을 이끌어가는 리더 양성이 목표였다. 마쓰시타 회장은 ‘사숙(私塾)’에 돈과 배경은 없지만 실력 있는 인재들을 적극 영입했다. 현재 노다 요시히코 총리를 비롯한 국회의원 38명이 마쓰시타정경숙에서 실력을 갈고 닦은 사람들이다.

일본 주간지 동양경제는 최신호(11월19일자)에서 “최근 마쓰시타의 정신을 이어받아 사숙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자생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위기의식이 고조되면서 일본의 번영을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 마쓰시타정경숙의 정신을 이어받되 새로운 시대에 맞게 변형된 ‘21세기형 사숙’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얘기다.

‘일본정책학교’는 26일 문을 연다. 마쓰시타정경숙과 다른 점은 회사원이나 자영업자들도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마쓰시타정경숙은 기숙사에서 합숙을 해야 했기 때문에 학생들이 직장을 가질 수 없었다. 벤처캐피털 이사 출신의 곤노 사쿠이치 이사장은 “대학을 나온 후 정치 활동만 하다 보면 일반인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숙을 통해 직장인들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치가 국민들의 삶에서 멀어져 불신을 자초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수업은 사례 분석 중심으로 이뤄진다. 과거 입법 사례를 살펴보고 토론하는 식이다. 이론은 정치 활동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동일본 대지진 부흥법의 초안을 만들어 보는 수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법도 가르친다. 시민들과의 소통을 늘리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또 다수에게서 소액의 정치 후원금을 모을 수단을 마련해주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곤노 이사장은 “기업들과의 금전적 결탁을 끊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소액 후원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경유착에서 자유로운 정치지도자를 양성하겠다는 뜻이다.

지난 5월에는 ‘아오야마샤츄 리더숙’도 수업을 시작했다. 이 학교는 경제산업성 관료였던 아사히나 이치로가 세웠다. 아사히나는 관료주의를 비판하며 경제산업성을 그만두고 인재 양성에 나섰다. 그는 “일본이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획일적으로 움직이는 관료들이 아닌 다양한 사고를 하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마쓰시타정경숙'처럼…日 뉴리더 키운다
이를 위해 정치이론과 리더십 이외에도 세계사와 동서양 사상도 가르친다. 로마사 등을 통해 국가의 흥망성쇠와 문명 발전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경험이 풍부한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 정치인 자원봉사나 인턴 자리를 소개해주기도 한다.

이공계 출신 정치가를 키우기 위한 ‘과학자유신숙’도 올해 문을 열었다. 이공계 박사학위 취득자 중 정치에 뛰어들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이 대상이다. 과학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어 정치영역에도 더 많은 이공계 출신이 필요하다는 게 설립 취지다. 오사카대 교수 출신인 가와다 사토시 이사장은 “대학에서 이공계 공부를 했다고 정치 리더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화학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물리학과, 후진타오 중국 주석은 수리(水理)공정학과 출신이다. 이곳 학생들은 정치학, 사회학 등을 공부하는 것은 물론 과학정책에 대해서도 함께 토론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