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구상찬 한나라당 의원은 영어 등급이 있는 외교부 직원의 38.7%(607명)가 4~5등급을 받았다며 "영어 의사소통에 지장이 있다"고 지적했다. 뒤이어 이달 초 언론 보도에서도 5~7급 직원의 57%가 5등급 이하라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어학실력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자체 외국어 성적 등급에서 1~3등급이 텝스는 1+등급(최상급),4등급은 텝스 1등급(최상급 수준에 근접),5등급은 2+등급(상급 수준)에 각각 해당한다고 해명했다.
이를 놓고 보면 외교부의 억울함을 이해할 만하다. 그렇다고 외교부 공무원들의 어학 실력 논란을 불식시키지는 못할 것 같다. 돌이켜보자.외교관의 어학 실력 논란은 외교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올해 초 한 · 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의 한글본에서는 500여개의 번역 오류가 전혀 걸러지지 않고 버젓이 실렸다. '이식(transplant)'을 '수혈(transfusion)'로, '역학(epidemiological)'을 '피부의학(dermatological)'으로 각각 번역했다. 'interest'를 '이자'가 아닌 '흥미'로 번역하는 등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하면서 나라 망신을 샀다. 제2외국어는 더하다. 지난해 8월 감사원 감사에서는 해외공관 파견 외교관 중 현지어 구사 가능 외교관이 한 명도 없는 공관 수가 26곳에 달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와 만나 "적지 않은 외교관이 품위있는 영어를 사용하는 능력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외교관은 한 국가를 대표하는 인물인 만큼 일반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넘어서는 고급 영어가 필요하지만,부족함이 많다는 얘기다. 외교부 내부에서도 어학실력에 대한 자성이 나오는 상황에서 단순히 영어성적 표기 방식을 바꾼다는 건 문제의 본질을 피해가는 것에 그칠 뿐이다. 등급 표기 여부보다는 우선 외교관의 외국어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조수영 정치부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