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념투쟁으로 변질된 한·미 FTA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문제는 이제 경제적 유 · 불리의 측면을 떠나 뜨거운 국내정치 문제로 크게 변질되고 있다.

한 · 미 FTA가 우리에게 가져다줄 경제적 가치는 그간 경제학자,통상전문가들이 많은 연구를 통해 충분히 증명했다. 우리 경제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고 귀중한 일자리를 크게 늘릴 것이며,일본 · 중국 등 경제대국보다 먼저 세계 최대 미국시장을 선점하게 해줄 것이다. 세계경제에서 우리의 위상을 더욱 굳건히 하고 선진경제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우리 국민 다수도 이런 한 · 미 FTA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조속한 비준을 지지하고 또한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좌익세력 및 야당과 이에 동조하는 세력은 한 · 미 FTA 문제를 당리당략에 따라 왜곡하고 있다. 3년 반 전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광우병 문제로 변질시켜 촛불시위로 국민을 우롱했던 것과 같은 사태를 만들려 하고 있다. 경제적 논리를 거부하고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인 다수결 해결 절차까지 외면하는 상황이다. 더 나아가 한 · 미 FTA 문제를 반미운동으로 내몰고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정부 · 여당은 한 · 미 FTA 문제가 조속히 처리되지 않을 경우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반정부 · 반미운동으로 변질될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되면 우리경제의 사활이 달려있는 한 · 미경제,통상관계는 물론 지난 60여 년간 쌓아온 기존의 한 · 미 동맹관계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의 국가안보도 심대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한 · 미 FTA를 체결해야 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국가적 과제라면,정부 · 여당은 반대세력의 비합법적 · 물리적 저지를 좌시하지 말아야 한다. 법이 허용하는 수단을 모두 동원해 조속히 비준 처리해야 한다. 우리 국민은 한 · 미 FTA 비준에 임하는 정부 · 여당의 나약하고 소극적인 모습에 지쳐가고 있다. 총선 · 대선이라는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넘어서서 국가이익을 생각하고 행동하는 큰 정치,큰 정치인들을 갈구하고 있다.

그간 정부는 한 · 미 FTA 비준 문제에 있어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만 쳐다보는 딱한 모습을 보여왔다. 앞으로는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외교부는 물론 전 정부 차원에서 국민에게 다가가 한 · 미 FTA 조기 비준 필요성을 설득해야 한다. 나아가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일자리법(Jobs Act) 제정이 미 공화당의 반대로 의회 통과가 어려워지자 전국을 순회하면서 대국민 설득작업에 나섰다. 의회가 정치적인 당리당략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면서,국민들이 직접 나서서 의회를 압박해주도록 호소하고 있다. 이런 오바마 대통령의 모습은 지금 우리 현실에 비춰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 미 FTA는 경제적인 차원을 넘어서 우리의 미래와 직결된 중차대한 국가적인 과제다. 불행하게도 한 · 미 FTA가 무산된다면 우리는 역사에서 씻을 수 없는 중대한 과오를 저지르는 셈이다. 시간이 갈수록 이 문제는 정치문제로 더 심하게 변질될 것이다. 국민들은 더 혼란스러워지고 비생산적인 사회적 갈등만 증폭될 것이다.

투자자 · 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한 왜곡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 ISD는 전 세계 2500여개 양자협정에 들어 있으며 우리가 이미 체결한 FTA와 81개 투자협정에 규정된 글로벌 스탠더드다. 이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약한 우리 기업의 미국 투자를 보호해주는 안전장치다.

여당은 물론 이명박 대통령도 모든 정치적 운명을 걸어야 한다. 말없는 다수 국민은 한 · 미 FTA의 조속한 체결을 갈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고,오는 11월24일 다음 국회본회의까지는 한 · 미 FTA의 비준 실행을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

김용규 < 한국외교협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