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정계 시장을 아우르는 풍부한 경험을 가진 적임자."(텔레그래프)

1일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직에 오르는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63)에 대한 평가다. 재정위기로 좌초될 위험에 처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구원투수로 등판하는 드라기 총재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낸 것이다. 그가 갖고 있는 화려한 경력과 강력한 업무추진 능력 때문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딴 드라기는 10여년간 피렌체대 경제학과에서 교편을 잡았다. 세계은행 이사를 맡기도 했다. 이후 이탈리아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를 지냈으며 골드만삭스 부회장으로도 일했다. 재무부 장관 시절 위기에 처한 이탈리아 경제를 구해 '슈퍼마리오'라는 별명도 얻었다.

◆차분한 리더십 갖춘 실용주의자

드라기 ECB 총재, 유럽 구할 '슈퍼 마리오' 될까
1991년 드라기가 이탈리아 재무장관으로 취임할 당시 이탈리아는 그리스와 닮은꼴이었다. 재정적자가 급증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한 이탈리아는 결국 유로존의 전신인 유럽환율메커니즘(EERM)에서 퇴출당했다. 드라기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공공지출 삭감과 민영화 등 과감한 정책을 단행했다. 그 결과 이탈리아 경제는 수렁에서 빠져나왔고 유로존 가입의 기반을 닦았다. 그가 재임한 10년간 빈번한 정권 교체가 있었지만 꿋꿋이 자리를 지켰다.

뉴욕타임스(NYT)는 당시 재무부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그에 대해 "경제학 모델과 이론에 의존하기보다 상황에 맞는 실용성 있는 정책들을 적용했다"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솔로 MIT 경제학과 교수는 그에 대해 "총명하고 조용한 성품을 지녔다"고 전했다.

그러나 오점도 있다. 골드만삭스 부회장 재임 시절 그는 그리스 연금펀드 등의 파생상품 발행을 지원했다. 파생상품 때문에 장부상 그리스 국가부채는 실제보다 적게 기록됐다. 결국 그리스 정부의 분식회계를 도와 재정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CB 역할 확대될까

드라기가 장클로드 트리셰 총재로부터 넘겨받는 유로존 경제는 재정적자로 붕괴 직전이다. 역사상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참여자들의 관심사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드라기가 '인플레이션 파이터'라는 별칭에 맞는 통화정책을 사용할지와 재정위기 국가들의 국채를 적극적으로 사들여 ECB 역할을 확대할지 여부다.

트리셰 총재는 유로존 자금시장에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 ECB의 역할이라며 지난해부터 그리스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국채를 매입했다. 현재 유로존 지원을 저울질하고 있는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 국가들도 ECB의 역할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이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드라기는 지난 26일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유로존 국채를 계속 매입할 것임을 시사했다.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금융시장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예외적인 환경에서는 비관행적인 방법들을 이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비관행적인 방법에는 채권 매입 등이 포함된다.

금리정책도 관심이다. 그는 매파 성향을 갖고 있다. 그러나 현재 유로존 경제는 물가보다는 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드라기는 최근 유로존 경제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내놓으며 향후 통화완화(저금리)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암시했다. NYT는 드라기 총재가 지금까지 ECB의 정책 노선을 급격하게 변경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1947년 이탈리아 로마 출생 ▶1970년 로마대학 경제학 학사 ▶1977년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 박사 ▶1981~1991년 피렌체대 경제학과 교수 ▶1984~1990년 세계은행(WB) 이사 ▶1991~2001년 이탈리아 재무장관 ▶2002~2005년 골드만삭스 부회장 ▶2005년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 ▶2006년 주요 20개국(G20) 산하 금융안정위원회(FSB) 의장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