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부주의자-공산당 노조원 충돌…100명 부상

긴축안 의회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그리스 노동계가 이틀째 총파업을 단행한 20일(현지시간) 시위대끼리의 충돌로 1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다쳤다.

이날 긴축안 표결을 앞두고 아테네시 국회의사당 밖 신타그마 광장에서 평화적으로 시위를 벌이고 있던 공산당 노조원들에게 무정부주의자로 보이는 청년 수백명이 공격을 가했다.

마스크를 쓴 청년들이 화염병과 돌을 던지자 공산당 노조원 측이 이에 맞서 반격하면서 시위는 폭력 사태로 번졌다.

경찰은 양측을 분리하기 위해서 최루탄을 사용했으며 이 과정에서 시위대 72명, 경찰 32명이 다치고 1명이 사망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경찰은 이 자리에서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79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의사당 주변에서는 노동당과 이 당에 동조하는 노조원들이 시위를 주도했고 5만명(경찰 추산) 가량이 참석했다.

공산당 측 노조원들은 국회의사당 주변에 경계선을 두르며 질서를 지키라고 요구했으나, 과격한 청년들이 오후 들어 노조원들을 폭행하고 화염병을 던지는 등 난동을 부렸다.

현지 스카이TV는 청년들 수십 명이 중년 노조원 1명을 집중적으로 폭행하는 모습을 방영했다.

보건부 관계자는 "폭행당한 사람을 구급차로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고 말했다.

사망한 남성은 53세의 건설 노동자로 확인됐다.

이날 총파업 이틀째를 맞아 그리스는 대중교통, 병원, 상점, 은행, 관공서, 학교 등 대부분 기능이 마비된 상태가 지속됐다.

전날 아테네시에서 10만명 이상의 시위자들이 참가했던 것보다 규모는 줄었지만, 마스크나 검은 두건을 쓴 과격한 시위대가 전경에 화염병을 던지고 곳곳에 불을 지르는 등 더욱 난폭해진 양상이었다.

그리스 의회는 격화된 시위에도 불구하고 전날 구제금융을 추가로 지원받는 데 필요한 긴축 법안을 1차 승인한 데 이어 이날 밤늦게 개별조항 또한 가결했다.

개별조항이 찬성 154표, 반대 144표로 가결됨에 따라 긴축법안에 대한 의회 승인이 최종 확정됐다.

그리스 긴축 이행을 점검하는 실사단은 그리스가 긴축 재정 목표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하지만 1차 구제금융 6회분인 80억 유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를린연합뉴스) 박창욱 특파원 pcw@yna.co.kr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