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생활하는 상당수의 파키스탄 어린이들이 경찰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등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파키스탄 최대도시 겸 경제수도인 카라치에 사는 나딤(17).
그는 이 도시의 길거리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아픔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

자신이 어릴 때 성폭행당한 이후 소년들의 포주가 됐기 때문이다.

그는 12살 때 성폭행 당하고 나서 경찰에 의해 조장되거나 사주되는 공포스런 성폭행의 악순환에 빠져들었다.

나딤은 최근 AFP 통신에 "내가 길거리에서 사흘째 자던 날 경찰관 한 명에게 나쁜 짓을 당했다.

소리쳤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갱 두목에게 또 몹쓸 짓을 당한 뒤 그의 조직에 넘겨져 다른 어린이 17명과 함께 생활하게 됐다.

14세 무렵엔 섹스 종사자로 전락해 포주에게서 휴대전화까지 받아 고객들과 접촉하게 됐다.

나딤은 자신이 16세 되는 해 '범죄소굴'에서 빠져나오려 잠시 노력했다.

자선단체에서 상담도 받고 나중에 직업으로 삼으려고 사진술도 배웠다.

그는 "그러나 1년 전 경찰관 한 명이 내게 엉터리 혐의를 씌워 체포하고 카메라도 빼앗았으며 또 나를 성폭행했다"며 이 일이 있은 후로 세상을 증오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아예 스스로 갱단을 조직했고, 이제는 14~18세의 섹스 종사자들을 부리는 포주로 활동한다고 당당히 말한다.

파키스탄에서 거리의 아이 보호를 위해 일 하는 자선단체들에 따르면 길거리 아이들 중 많을 경우 90% 가량이 길거리에 나와 처음 자는 날 성폭행당하고 이들 피해 자중 최대 60%가 성폭행범으로 경찰관을 지목한다.

이들 단체 중 하나를 이끄는 라나 하비브는 "길거리 아이들이 구타나 성폭행을 당하며 어떨 때는 살해당하기도 한다"며 "이들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아이들에게 몹쓸 짓을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파키스탄 최대 자선단체인 '에디 재단'의 안웨르 카즈미 대표는 "우리가 조사한 바로는 길거리 아이들을 육체적으로 괴롭히거나 성폭행하는 가해자 중 최대 60%를 경찰관들이 차지한다"고 주장했다.

항구도시 카라치에는 이러한 길거리 아이들이 파키스탄 도시들 중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만명의 아이들이 가정폭력이나 부모의 이혼, 마약, 범죄 등의 이유로 길거리로 나와 살아가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길거리 아이가 17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글을 모르거나 교육수준이 낮으며 대부분 가족이 없는 이들은 범죄세계로 빠지거나 마약 중독자 또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 있다.

길거리 아이들이 몰려 있는 카라치 남부구역의 경찰 책임자인 사우카트 후사인은 길거리 아이들과 관련한 범법행위가 인정된 경찰관은 모두 처벌받는다고 말했다.

후사인은 "우리 부서에도 그런 짓을 하는 골칫거리 직원이 있으나 범죄가 입증돼야만 처벌할 수 있다"며 "그러나 그런 짓을 하는 경찰관들이 언론과 비정부기구들이 주장하는 것보단 훨씬 적다"고 주장했다.

이런데도 파키스탄에선 이들 취약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는 거의 없다.

익명을 요구한 파키스탄 인권부의 고위 관계자는 어린이 보호법안이 2년째 내무부에 계류 중이라며 그 이유에 대해선 함구했다.

(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yct94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