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00포인트 넘게 떨어졌는데도 반격 움직임조차 없었다. 미국과 유럽의 주가 폭락 여파로 70포인트 하락하며 출발한 국내 증시는 '낙폭 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도 없이 무기력하게 밀렸다. 코스피지수는 장중 단 한 차례도 1800선을 회복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설마…"하던 개인들도 외국인과 기관의 투매를 바라보기만 했다. 주가 폭락 때마다 '감초'처럼 등장했던 정부의 시장 개입성 발언도 없었고,연기금마저 20억원 순매수에 그쳤다.

19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15.70포인트(6.22%) 하락한 1744.88로 마감했다. 지난해 8월31일(1742.7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 들어 최대 낙폭이었고 역대 세 번째였다. 시가총액은 64조8200억원 줄었다. 코스닥지수는 33.15포인트(6.53%) 떨어진 474.65로 장을 마쳤다.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거래를 일시 제한하는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코스닥시장의 스타지수선물 거래를 5분간 중지하는 서킷브레이커도 울렸다.

주가 낙폭은 오후 2시를 넘기면서 급격히 커졌다. 장 막판 동시호가에서도 밀렸다. 장중 150포인트 떨어졌던 지난 9일 오후 낙폭을 급격히 줄였던 것과는 판이한 모습이었다.

글로벌 경제는 모든 악재가 한꺼번에 터지는 최악의 상황인 '퍼펙트 스톰'에 직면했다는 위기에 휩싸였다. 하지만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글로벌 리더십을 찾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투자자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주식을 투매하는 대신 국채로 몰려들었다. 이날 국고채 금리는 3년물과 5년물 모두 0.07%포인트 올랐다.

미국의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제임스 폴슨 웰스캐피털매니지먼트 수석전략가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필라델피아지수 급락은 경기 침체가 시작됐다는 것을 알리는 첫 수치라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세계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해왔던 신흥국도 저성장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이머징시장의 성장률 전망치를 6.6%에서 6.4%로,내년은 6.7%에서 6.1%로 각각 낮췄다.

반면 인플레 조짐은 뚜렷하다.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에너지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전달 대비 0.5% 상승했다. 지난 3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박해영/유승호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