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기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 우려와 금융시장 불안으로 원 · 달러 환율이 13원 넘게 오르며(원화가치 하락) 1090원 선에 다가섰다. 한동안 하향 안정세를 보이던 환율이 다시 요동치면서 1100원 선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 · 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3원40전 오른 1087원40전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9일(1088원10전) 이후 최고치다. 장 초반 코스피지수가 급락하면서 환율은 9원 오른 1083원으로 출발했다. 이후 수출기업들의 달러 매물이 꾸준히 이어지고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에 대한 경계감으로 한때 환율이 1079원 선까지 밀리기도 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코스피지수 낙폭이 115포인트로 확대되고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불어나면서 외환시장에서도 패닉(심리적 공황)이 벌어졌다. "일단 달러를 사고보자"는 심리가 팽배해진 것이다. 환율이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장초반 달러를 팔아버린 투자자들 중 일부는 환율이 급등하자 서둘러 재매수에 나서는 모습도 포착됐다는 게 외환딜러들의 설명이다.

유럽계 은행의 유동성 악화 우려가 불거지면서 달러화가 유로화 대비 강세를 보인 것도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달러화는 엔화에 비해서는 약세였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엔화 강세 저지'를 시사하면서 전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 · 달러 환율은 76.57엔에 마감해 0.04엔 떨어졌을 뿐이다. 엔화 가치 상승폭이 0.05%에 그쳤다.

시장에선 장기적으로는 환율이 하락할 것으로 보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국의 경제 여건이 미국이나 유럽보다 양호한 데다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국내 채권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원 · 달러 환율이 당분간 세계 금융시장 안정 여부와 코스피지수 움직임,외국인 매매 동향에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지금은 심리적 저항선 같은 기술적 분석이나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따져 환율을 전망하기 어렵다"며 "주가가 또다시 폭락하면 환율이 1100원 선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과 거래가 많은 모 은행 외환딜러는 "상당수 기업들이 아직까지는 환율 1080원대에서 달러를 팔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오늘 장막판 환율이 1090원에 육박하면서 '일단 지켜보자'는 의견이 강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