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31일 30대그룹 총수와 만나 올 8 · 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시한 '공생 발전'이란 국정 기조를 직접 설명할 예정이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19일 청와대 춘추관을 방문,"공생발전은 이 대통령이 직접 제의한 용어"라며 "(일부 오해가 있는 부분에 대해선) 이 대통령이 재계와 만나 직접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 대통령이 공생발전을 강조한 것에 대해 재계가 대 · 중소기업 동반성장과 사회적 공헌 등에 대한 압박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공생 발전' 오해 없어야

이날 예고 없이 방문한 임 실장은 기자들에게 "이 대통령이 밝힌 '공생발전'에 대해 기업들의 반응이 어떠냐"고 물었다. 기자들이 "취지는 공감하지만 공생발전이란 화두로 정치권에서 '대기업 때리기'에 나선 건 문제 아니냐"고 지적하자 임 실장은 "그래서 이 대통령이 재계와 직접 만나 설명할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공생발전은 생태계를 강조한 개념"이라며 "세계적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 교수도 초기엔 기업문제를 효율측면에서만 보다가 나중엔 생태계의 발전 측면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MRO 같은 갑을관계 개선

임 실장은 "우리 산업도 개방형으로 가야 한다"며 "경쟁을 제한하고,가격 횡포가 이뤄지는 대기업의 MRO(기업소모성자재공급) 사업을 개선토록 한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MRO 외에도 유무선통신사와 콘텐츠 공급사,대형마트 · 백화점과 입점업체,방송사와 프로그램 제작사,홈쇼핑과 납품업체,시스템통합(SI)업체와 소프트웨어 공급업체 등 갑을관계가 명확한 곳에도 개선할 것이 많다"며 "정부는 갑을관계에서 공정거래가 이뤄지게 모델을 만들어 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임 실장은 "그러나 이런 갑을관계를 잘못 건드리면 기존 거래관계가 끊겨 일자리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당한 갑을관계를 개선하는 일종의 사회적 협약이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임시투자세액공제 줄인다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법인세와 소득세의 감세를 정치권에서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데 대해 임 실장은 "철회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법인세율 인하 등이 '부자 감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대기업들은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임시투자세액공제)를 통해 실질 세율부담이 낮다"며 "법인세 최고세율 22%를 20%로 낮추면 혜택을 받는 기업은 중견 · 중소기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임 실장은 '내년 법인세 · 소득세 감세 고수'란 기존 입장에선 후퇴할 것을 시사했다. 그는 "감세 방침은 철회하지 않되 여당과 논의를 통해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 실장은 "감세 시행시기는 지금까지 두 번이나 연기했기 때문에 그 방법보다는 다른 걸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줄여 대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높이고,법인세율은 낮춰 중견 · 중소기업의 세금부담을 덜어주는 조합이 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