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자체 브랜드(PB) 상품들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수십년 '명성'을 쌓은 유명 브랜드들을 밀어내고 있다. 고(高)물가 여파로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19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전체 생수 판매량 1위인 제주삼다수는 지난달 세븐일레븐 생수 판매 순위에서 이 편의점의 PB 브랜드인 '깊은 산속 옹달샘'에 밀려 3위로 떨어졌다. 지난 6월 판매가격을 750원(500㎖)에서 850원으로 인상한 탓이었다. 깊은 산속 옹달샘은 500원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가격 격차가 더 벌어지자 '삼다수라고 크게 다르겠느냐'고 생각한 소비자들이 PB로 눈길을 돌린 것 같다"며 "이 추세대로라면 1위인 롯데칠성 '아이시스'(700원)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현상은 GS25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제주삼다수 2ℓ 제품(1550원)이 PB상품인 '함박웃음 맑은 샘물 2ℓ'(1000원)에 1위를 내준 것이다. GS25 관계자는 "작년에는 함박웃음과 삼다수의 판매량 격차가 21.3%였는데 올 들어 29.3%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여행용 티슈와 물 티슈에서도 GS25의 PB인 함박웃음이 30%가량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깨끗한 나라' 제품을 압도하고 있다. 여행용 티슈는 4배,물티슈는 2배 이상 많이 팔린다. 아이스커피 시장에선 PB인 '탐구생활 아이스 아메리카노'(1000원)가 80%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칸타타 아이스 카라멜 마키아또'(1500원)를 제친 상태다.

유명 브랜드가 즐비한 과자 시장에서도 편의점 PB제품들이 선전하고 있다. 훼미리마트의 PB상품인 '왕소라 스낵'은 가격 대비 넉넉한 양(1000원 · 165g)을 앞세워 오징어집(600원 · 55g) 자갈치(600원 · 60g) 등을 누르고 '과자 판매 빅5'를 유지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올 들어 500원짜리 PB과자 판매량이 작년보다 2배가량 늘자 이달 초 '굿데이'란 과자 전용 브랜드를 내걸고 '명당' 자리로 꼽히는 과자 진열대 최상단에 배치했다.

세븐일레븐에서 수년간 아이스크림 판매랭킹 1위였던 메로나는 지난 5월 PB상품인 '와라'에 밀렸다. 빙그레는 원가 상승 등의 이유로 메로나의 편의점 판매가격을 700원에서 900원으로 올린 반면,세븐일레븐은 와라(500원) 가격을 동결한 결과였다.

훼미리마트가 서울우유와 함께 만든 '서울PB 바나나우유'와 '서울PB 커피우유'도 이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가공우유 점유율 18%를 차지하며 절대 강자인 '빙그레 바나나 우유'(22%)를 추격하고 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