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불안한 차베스, 선박 40대 동원 '金회수' 대작전
베네수엘라가 40대의 수송선을 동원,사상 최대의 금 수송 작전을 펼친다. 경기침체에 대응,외국에 맡겨뒀던 금을 국내로 몽땅 유치하는 '금 모으기'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사진)이 미국 및 유럽에 맡겨둔 금괴를 모두 자국으로 이전키로 결정했다고 19일 보도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영국 중앙은행(BOE)에 예치돼 있는 금 약 99.2t을 포함해 총 211t의 금을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금 211t은 베네수엘라가 외국에 맡겨둔 금의 90%가 넘는 것이다. 시가로는 약 123억달러어치로 400온스 금괴 1만7000여개에 달한다. BOE를 비롯해 바클레이즈,HSBC,스탠다드차타드 등 영국 민간은행에도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11t을 옮기는 것은 최근 들어 최대 규모의 실물 금 이동이다. 약 40대의 수송선이 동원될 것으로 추산된다. 항공편으로는 한꺼번에 금 211t을 옮길 수 없기 때문이다. 보안전문업체 G4S의 마이크 컨디 보안책임자는 "이 정도 금이 이동하는 것은 유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베네수엘라의 과감한 금 수송은 최근 위기를 맞은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자국의 달러표시 자산을 동결하는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은 베네수엘라를 비롯해 이란 리비아 시리아 등에 자산동결 등의 제재를 가한 상태다.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 17일 자국 금광 과 관련 기업의 국유화를 선언했다. 그는 "캐나다 배릭골드 등 글로벌 마피아들의 불법 채굴을 막고 보유외환을 다변화하기 위해 금광을 국유화하고 관련법령을 이른 시일 내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채굴에서 가공까지 전 분야가 국유화 대상이다.

베네수엘라가 금광을 국유화하는 것은 남미 최대의 금 광산을 가지고 있지만 활발한 생산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전체 금 매장량은 세계 15위권인 365.8t이지만 연간 생산량은 1.7t으로 세계 22위 수준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 조치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