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만 되면 바다는 '쓰레기와의 한판 전쟁'을 치른다. 생업과 공무에 전념해야 할 민 · 관 · 군이 밤낮 없는 해양쓰레기 수거에 구슬땀을 흘린다. 해양환경관리공단 소속의 청소선박도 바쁘다. 대형 집게나 컨베이어 장치를 사용해 연안 바닷가를 뒤덮은 쓰레기 더미를 한 움큼씩 건져내기에 여념이 없다. 장마로 인해 불어난 물이 강 주변의 온갖 쓰레기들을 하류로 내려보내면서 전국의 연안이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해양폐기물은 주로 6~9월 중 홍수와 태풍으로 인해 발생한다. 강과 하천 또는 해안에서 유입되는 해양쓰레기는 연간 약 16만t에 달한다. 이를 20t 덤프트럭으로 환산하면 8000대 분량이다. t당 18만원인 쓰레기 처리비용 외에도 인력과 장비,기회비용 등을 수치화하면 천문학적인 경제적 손실이 초래되고 있는 것이다. 유엔이 2004년 지구환경의 날에 해양쓰레기 문제를 세계 3대 현안 사업으로 지정한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육지에서 바다로 떠내려온 해양쓰레기의 80%는 우리들이 무심코 버린 생활쓰레기가 차지하고 있다. 연안에 밀려든 쓰레기는 대부분 플라스틱 페트병과 스티로폼,유리병,폐그물,나뭇조각 그리고 버려진 가전제품 등이다. 지난달 전남 신안군에서 수거한 총 15t의 쓰레기 중 80%가 플라스틱 제품이었을 정도다. 해양쓰레기 수거비용은 상당 부분 국고에서 지원되기 때문에 결국 우리가 낸 세금으로 해양쓰레기를 수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해양쓰레기는 제때 처리하지 않으면 악취와 해충으로 인한 2차 오염 피해까지 발생할 수 있다. 플라스틱은 장시간 태양과 파도에 노출되면 작은 알갱이로 부서지면서 각종 유해물질을 잘 흡착하기 때문에 물고기를 통해 생태계 먹이사슬의 최상층인 인간에게 상당량이 전달될 수 있다.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이 우리의 입속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의 알갈리타해양연구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태평양에 있는 '해양쓰레기섬' 주변에서 잡힌 어류를 조사한 결과 35%의 물고기 뱃속에 미세플라스틱이 있음이 확인됐다. 해양부유쓰레기는 무역항을 입출항하는 선박의 통항 항로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각종 목재류 등이 연안에 표류하다가 선박의 추진기와 충돌할 경우 기관 고장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선박의 안전에도 큰 위협요인이 된다.

민 · 관이 투입되는 장마철 해양쓰레기와의 전쟁은 끝이 없다. 그렇다면 매년 반복되는 해양쓰레기와의 전쟁을 막는 최선의 길은 무엇일까. 해답은 명쾌하다. 국민들이 생활쓰레기를 철저히 분리수거하고 야외에서 가족과 함께 즐거운 여가를 보낸 후에는 쓰레기를 깨끗하게 수거해 오는 '쓰레기 되가져오기 운동'을 벌여야 한다. 그래야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우(愚)를 범하지 않을 수 있다. 작은 배려와 노력이 매년 수십억원에 달하는 해양쓰레기 처리 예산을 줄이고,깨끗한 바다를 가꾸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것이다.

곽인섭 < 해양환경관리공단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