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만3천 가구 정전, 항공기ㆍ여객선 운항도 취소

제9호 태풍 '무이파(MUIFA)'의 직접 영향권에 든 광주와 전남 전 지역으로 태풍경보가 확대되면서 배를 정박시키려던 70대가 파도에 휩쓸려 숨지는 등 강풍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7일 오후 5시40분께 전남 완도군 고금면 덕동리 선착장에서 김모(75)씨가 1t짜리 배를 정박시키려다 파도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1시간여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신안군 가거도항에서는 방파제가 유실됐다는 일부 언론보도가 나왔으나 파도가 높아 사실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박원호 신안군 가거도출장소장은 "가거도 1구 마을 앞 가거도항 방파제 100여m가 육안상으로 볼 때 높이 3m 정도 유실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안군과 방파제를 관리하는 서해어업지도사업단은 "만약 방파제가 유실됐다면 파도가 마을까지 밀려들어 큰 재해가 났을 것"이라며 "정확한 상황은 태풍이 지나간 다음에야 확인할 수 있겠지만 유실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또 간판과 아파트 베란다 창틀 추락, 아파트 창문 유리 파손, 가로수 쓰러짐 등의 피해가 광주에서 90여건, 전남에서 250여건 접수됐다.

이날 오전 9시 30분께 광주 동구 운림동 증심사 버스정류장 회차지 인근의 상가 간판이 떨어지면서 이모(61.여)씨가 머리와 팔에 상처를 입었고 동구 지산동의 2층 건물 옥상에 있던 임시 건물이 바람에 무너졌다.

오후 4시께 광주 광산구 하남동에서 300년 된 당산나무가 인근 빈집으로 쓰러져 지붕 기와 일부를 부쉈고 전남 목포시 목원동 한 숙박업소 4층 건물 외벽 구조물 벽돌이 떨어져 주민들이 대피하기도 했다.

전남 고흥군 금산면에서 태풍에 날아온 철제금속 파편에 전선이 끊기면서 3천800여 가구에 정전이 되는 등 이날 광주ㆍ전남 지역에서 모두 11만3천가구에서 정전이 발생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번 태풍으로 광주공항에서 오전 7시 김포공항으로 출발한 대한항공 등 3편을 제외하고 광주에서 서울과 제주를 오가는 12편의 왕복 항공편 운항이 모두 취소됐다.

또 목포항을 출발하는 21개 항로 42척을 비롯해 여수항과 완도항 등 전남지역 항구를 기점으로 하는 모두 56개 항로 89척의 여객선 운항이 전면 통제되고 있다.

이와 함께 날이 어두워지면서 점차 바람이 강해져 추수기가 가까워진 벼와 과일 등 농작물 피해, 비닐하우스 붕괴 등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광주지방기상청은 오후 6시부터 광주와 전남 전 지역으로 태풍경보를 확대 발령했으며 해안을 접한 16개 시ㆍ군에는 폭풍해일 경보를 내렸다.

한편 이날 오후 9시 현재 고흥 194㎜를 최고로 순천 168㎜, 보성 145㎜, 장흥 134㎜, 완도 82.5㎜, 광주 65.5㎜, 목포 46.5㎜ 등의 강우량을 기록하고 있다.

광주지방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의 영향은 내일 오전까지 계속돼 최고 초속 20~30m의 매우 강한 바람과 4~9m의 높은 파도가 일겠다"며 "강한 바람으로 가로수, 간판 등 시설물 피해와 축대붕괴나 산사태 등 피해 대비에 철저를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광주연합뉴스) 김재선 기자 kj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