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채소 작황 저조..추석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 `꿈틀'

올봄 냉해와 최근 집중호우, 일조량 부족이 이어지면서 올해 농작물 작황이 평년보다 부진해 농가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또 지난달 폭우로 배추, 무 등 과채류의 공급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고공행진' 조짐을 보이고 있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추석대목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봄에는 동해ㆍ냉해..경북 농작물 19.4% 피해

올봄의 저온현상으로 전남 과수농가에서는 재배면적의 27%(4천569ha)가 냉해를 입었다.

작물별 피해면적은 배 1천391ha, 매실 788ha, 단감 647ha, 유자 585ha, 무화과 248ha 등.
전북에서는 밀 재배면적의 60%가 냉해를 입었으며 과일나무는 9%가 동해(冬害)로 열매를 맺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 배ㆍ사과ㆍ복숭아 생산량이 지난해에 비해 10% 가량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해(冬害)는 농작물이 추위로 얼어서 입는 피해를 말하며, 냉해(冷害)는 이상저온 등 갑작스런 기온 변화로 발생하는 피해다.

경북에서는 지난 겨울부터 올봄까지 '삼한사온(三寒四溫)' 대신 '삼한사냉(三寒四冷)'의 추위가 계속돼 농작물 재배면적 4만9천㏊의 19.4%(4만9천여㏊)가 피해를 봤다.

작목별 피해면적은 사과가 5천500여㏊로 가장 많았으며 포도 2천800여㏊, 자두 800여㏊, 복숭아 200㏊ 등이다.

포도농사를 하는 이창규(46ㆍ경북 김천) 씨는 "냉해 때문에 포도가 많이 죽고, 포도송이도 작다"면서 "최근 노지(지붕 따위로 덮거나 가리지 않은 땅)에서 재배한 포도를 출하하기 시작했지만 수확량은 예년의 3분의 2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여름철엔 집중호우ㆍ일조량 부족..'설상가상'

장마가 시작된 지난 6월22일부터 지난 3일까지 인천의 일조시간은 119.8시간으로 평년 같은 기간 226.3시간의 52.9%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강우량은 1천168mm로 평년 강우량(396.5mm)의 3배가량 된다.

인천시 강화군의 포도재배 농가들은 일조량 부족으로 포도의 생육이 지연되자 영양제를 주는 등 추석 대목을 앞두고 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지만 연일 이어지는 흐린 날씨 탓에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충남 보령의 올해 7월 강우량은 723mm로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3년 이후 7월중 최대로 기록됐는데 이는 최근 30년 간 7월 평균 강우량(268mm)의 3배 가까운 수치다.

비가 내린 횟수도 7월 한 달 동안 20일을 기록해 1985년 7월 22일을 기록한 후 26년 만에 가장 많았다.

콩을 재배하는 최원모(67) 씨는 "일조량 부족으로 콩이 제대로 여물지 못하거나 물러지는 현상으로 썩어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경북에서는 올해 4월 초부터 7월 말까지 평년 496㎜보다 366㎜의 비가 더 내렸으며 일조시간은 평년보다 94시간이 줄었다.

남재현 경북도농업기술원 과장은 "올해는 강우량이 많고 일조시간이 줄어 농작물이 전반적으로 연약한 상태"라며 "고추는 생육 후기 꽃 결실이 적어 수확량 감소가 예상되며 과수는 탄저병과 반점낙엽병 등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채소.과일 가격 가파른 상승세..전북 배춧값 전년대비 48.7% 급등

일기 불순으로 농작물이 부실해지면서 최근 채소와 과일 가격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또 갑자기 폭염이 시작되면서 부실해진 농작물이 병해충에 감염될 우려가 높아져 농가들은 긴장하고 있다.

요즘 강원 고랭지에서 출하되는 배추 1망(3포기)의 가격은 7천원으로 지난 해 5천500원보다 27%(1천500원) 올랐다.

이에 따라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최근 도내 고랭지 배추산지를 3번이나 직접 다녀갈 정도로 작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찬옥 농협 강원지역본부 고랭지채소사업소장은 "올해 산지의 배추 출하가격이 올라간 것은 그만큼 상품성 있는 물량이 적다는 것"이라며 "최근 1개월 가량 비가 내리면서 물기가 많다보니 배추의 뿌리무름병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갑자기 폭염이 시작되면 뿌리 무름병이 심해져 출하할 수 있는 상품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추석을 대비해 배추를 많이 심어놨다고 하지만 수요가 많기때문에 가격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북의 배춧값은 포기당 1천786원으로 전년대비 48.7%가 올랐으며 상추는 100g당 1천061원으로 지난 달 하순보다 47.6% 급등했다.

경기지역은 잦은 비로 수박 출하량이 감소하면서 1통에 2만원에 거래되는 등 가격이 지난해보다 30~40% 올랐고, 충남 논산의 수박은 작황부진으로 출하할 물량이 거의 없다.

전윤호(58) 논산 성동농협 조합장은 "논산의 수박 농가가 거의 전멸했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작황이 나쁘다"고 말했다.

충남 예산의 사과 작황도 좋지 않다.

지난 겨울 유례없는 한파에다 올여름에는 한달 이상 해를 볼 수 없는 날씨가 지속되면서 과일 크기가 작아진데다 탄저병 등의 병충해까지 발생해 조생종 햇사과 1상자(10㎏)의 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10~15% 오른 5만5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남은 냉해로 배 수확량이 평년에 비해 30% 안팎으로 감소하면서 추석을 앞두고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우려된다.

나주배영농조합의 한 관계자는 "냉해로 배꽃이 피지 않으면서 수확량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여 추석 수요에 대응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은 "올여름 들어 계속된 폭우와 일조량 감소로 벼와 주요 밭작물이 웃자라고 병해충에 대한 저항성이 약화돼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고랭지 배추의 경우 상품성이 크게 저하되면서 출하 물량이 부족하고 고추도 탄저병 발생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생산량이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해용ㆍ여운창ㆍ이우성ㆍ강창구ㆍ유의주ㆍ배상희ㆍ홍인철ㆍ홍창진 기자)

(전국종합=연합뉴스) dmz@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