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도 결국 사모펀드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을 지냈던 변양호씨가 공동대표로 있는 보고펀드, 김병주 전 칼라일그룹 부회장이 이끄는 MBK파트너스, 민유성 전 산은지주 회장이 참여하고 있는 티스톤파트너스 등 펀드 세 곳만 매각 입찰 제안서를 냈다. 금융위원회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복수 후보자가 나선 만큼 매각 작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우선협상대상자가 이들 펀드 중에서 나오게 될 것이란 얘기다.

논란이 많았던 산은지주의 우리은행 인수가 무산된 이후 결국 사모펀드만 인수자 후보로 남게 된 형국이다. 사모펀드가 은행을 인수하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칼라일펀드가 2000년 한미은행을 인수했던 것을 시작으로 뉴브리지캐피탈이 옛 제일은행,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각각 사들였다. 그렇지만 펀드가 은행을 인수하는 것을 환영할 수만은 없다. 그동안의 은행 매각 과정에서 허다한 비리와 도덕적 해이들이 난무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칼라일펀드가 한미은행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금융업자 아닌 펀드가 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이 은밀히 고쳐졌던 일은 지금도 구설에 오르고 있다. 정계 거물인 P씨가 엄청난 로비를 했다는 등의 루머들은 확인조차 안되고 있다. 론스타는 지금까지도 논란의 주인공이다. 보고펀드는 바로 그 론스타 딜이 남긴 후유증이며 결과물이다. 티스톤 펀드 역시 벌써부터 루머들이 많다.

물론 이들 중에는 경쟁자의 음해성 풍문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펀드에 은행을 넘겨야 할 이유가 우선 없다. 소수의 익명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만든 펀드들로선 배당과 지분매각 차익이 관심사였을 뿐 은행을 키운다는 생각은 당초부터 없다. 결국 펀드는 은행을 세탁해 해외자본에 넘기는 창구요 통로 역할밖엔 한 것이 없다. 커튼 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알려진 것이 없다. 이번에도 국민연금이 모 펀드에 투자한다거나 산업은행이 투자한다는 등의 루머가 돌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관으로서는 시장에서 싸게 살 수 있는 것을 펀드에 들어가 더 비싸게 사야 할 이유가 없다. 만일 들어간다면 무언가 뒷거래가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은행업은 정부가 제도적 안전성을 보증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특혜 산업이다. 공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은 더욱 그렇다. 이런 회사를 인수할 곳이 펀드밖에 없다는 것은 금융자본을 키운다는 정책의 전면적 실패요 파산이며 외통수라는 것 외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오죽했으면 모피아인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이 그러면 우리가 직접 하겠다고 나섰겠는가. 정부는 지금이라도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으로 진화할 수 있도록 길을 트고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형성된 금융자본이 은행자본으로 전환할 수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언제까지 투기펀드들이 판을 치고 유력자들이 은밀하게 로비를 하고 익명 속에서 뒷거래를 하는 등의 제3세계 뒷골목 같은 풍경을 연출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