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의 글로벌화 전략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대만 타이완라이프자산운용을 인수한 데 이어 캐나다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인 '베타프로 매니지먼트'를 인수하면 해외법인은 8개로 늘어난다. 호주와 인도네시아에도 조만간 법인을 만들 계획이어서 미래에셋의 해외 네트워크는 10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미래에셋의 해외 진출 방법도 해외에 법인을 직접 설립하는 '그린필드 투자'방식에서 벗어나 기업 인수 · 합병(M&A) 방식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사업영역도 단순한 주식 채권 운용에서 ETF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캐나다 3대 ETF 운용사 인수 추진

미래에셋의 '호라이즌(Horizons)' ETF 운용사 인수를 위한 접촉은 지난 4월부터 시작됐다. 미래에셋은 베타프로에 앞서 글로벌 자산운용사에서 기업 분할된 시가총액 10억달러 규모의 대형 자산운용사 인수를 추진했으나 워낙 입장차가 커 현재는 보류된 상태다.

베타프로 인수 협상은 이태용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ETF · 인덱스부문 대표가 적극 나섰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인수협상은 베타프로 측 주주 중 일부가 매각에 반대 입장을 보이는 바람에 삐걱거리기도 했다. 최근엔 입장차가 좁혀져 인수가격을 협의하고 있다.

베타프로는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 전문 운용사로,캐나다 ETF 최대 운용사인 아이셰어와 크래이모어인베스트먼트에 이어 3위 업체다. 미래에셋 고위 관계자는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 기획실에서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본격적으로 인수가를 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타프로의 자회사인 알파프로 매니지먼트와 ETF 마케팅사인 '호라이즌 ETFs'까지 통째로 사들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베타프로 지분 60%의 인수금액이 1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3월 말 기준 베타프로의 에비타(EBITDA · 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에다 최근 자산운용사 인수 때 적용한 13배를 곱한 것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도 감안됐다.

최종 인수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에 머무르고 있는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의 인수 의지가 워낙 강한 만큼 이번에도 통큰 협상력을 발휘해 다음주 초면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

◆10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예정

미래에셋자산운용(맵스 포함)은 2003년 홍콩 법인을 처음 설립한 이후 인도 베트남 영국 미국 브라질 등 6개의 해외법인을 차례로 설립했다. 주로 주식이나 채권 관련 운용사를 해외에 직접 설립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출범한 대만 법인부터 전략을 바꿨다. 타이완라이프로부터 자회사인 타이완라이프자산운용의 지분 60%를 전격 인수해 법인을 출범시켰다.

이번 베타프로뿐 아니라 인도네시아와 호주에서도 현지 운용사를 인수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내 공모를 통해 이들 국가에서 근무할 임직원들을 이미 공개 모집했다. 미래에셋 고위 관계자는 "금융은 기업 M&A의 역사"라며 "해외에 좋은 운용사가 나오면 적극적으로 인수할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 대상도 다양화하고 있다. 그동안은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정통 운용사를 인수하거나 설립했다. 캐나다에서는 ETF 운용사를 인수키로 해 운용자산의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 3월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에 '삼성자산운용을 제치고 ETF 부문 1위로 올라서라'는 특명을 내렸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