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이 방산업계의 고질적인 '원가 부풀리기'를 근절하기 위해 계약 때 계약 금액을 미리 확정하는 '확정계약' 방식을 도입한다. 지금까지 방사청에서 진행하는 대부분의 계약은 사업이 끝난 후 방산업체가 내놓은 원가에 9~16%의 이윤을 붙여 주는 '개산계약' 방식을 적용해왔다.

방사청 관계자는 "개산방식은 기본적으로 원가가 높을수록 업체의 수익이 커지는 구조"라며 "이 방식이 '원가 부풀리기' 등 방산비리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에 따라 계약 때 금액을 확정해 업체의 원가 절감 여부에 따라 이윤을 챙길 수 있는 '확정계약' 방식을 도입할 것"이라고 3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계약방식 변경은 법안을 개정할 필요없이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통해 곧바로 시행할 수 있다"며 "방산분야에 시장 경제 원리를 도입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방사청이 사용한 개산계약 방식은 방산업체가 많은 이윤을 챙길 수 있는 구조였다. 방산업체들은 계약 시점에 금액이 확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노무비나 재료비 등을 부풀리는 사례가 많았다.

확정계약 방식으로 바뀌면 원가부풀리기는 원천 차단된다. 확정계약은 방사청이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비용분석 자료와 사업예산,업체의 가격 조건 등을 담은 제안서를 받은 후 이를 토대로 업체와 협의해 계약금액을 확정하는 방식이다.

한 업체가 A라는 제품을 생산할 때 계약 금액이 100억원이고 70억원의 원가를 들여 제품을 생산했다면 업체는 30억원의 이윤을 남기게 된다. 반면 원가가 100억원 이상이면 업체는 손해를 본다. 원가를 낮춰야 더 많은 이윤을 보장받게 되는 셈이다. 방사청은 복수의 업체로부터 가격과 기술 능력을 담은 제안서를 받아 업체 간 경쟁을 붙인다는 방침이다.

방산업체의 반발도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원가를 낮추기 위해 질이 낮은 부품을 사용하는 등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업체들이 상당한 인력과 자본을 투자하고도 계약 금액보다 원가가 더 들어갈 경우 손해를 보는 데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존의 개산계약 방식은 방산기술 능력이 열악했던 1970년대 방위산업 육성차원에서 도입한 것"이라며 "현재의 시장 경제 체제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 개산계약,확정계약

◆개산(槪算)계약=방위사업청이 제품 개발 등의 사업이 완료된 뒤 원가에 9~16%의 이윤을 붙여 방산업체에 정산하는 방식.원가가 높아질수록 이윤이 많아지는 방식이기 때문에 '원가 부풀리기'의 주된 요인이라는 지적이 있다.

◆확정계약=계약을 체결하기 전 방사청이 비용분석 자료와 사업예산,방산업체의 기술과 가격 조건 등을 담은 제안서를 바탕으로 계약 금액을 미리 결정하는 방식.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