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상반기.삼성전자 5개 총괄사업부 가운데 가장 잘나갔던 곳은 LCD사업부였다. 두 분기 연속 1조원이 넘는 이익을 내면서 전체 영업이익의 40% 이상을 LCD사업부가 벌어들였다. 같은 시기 반도체 사업부 영업이익은 1분기 2000억원,2분기 3000억원으로 회사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안팎에 불과했다.

이렇게 잘나갔던 LCD사업부가 불과 2년 만에 '수장 교체'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 1일 장원기 사장이 갑작스럽게 경질됐다. 한때 반도체와 함께 삼성전자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 역할을 한 LCD사업부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LCD 2분기에도 명예회복 실패

지난달 초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LCD사업부 임원 50%를 경질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삼성전자는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일축했지만 내부에선 LCD 경쟁력 약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실적부진이 한두 분기 만의 일이 아니란 점에서다.

LCD사업부는 2009년 3분기 이후 1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낸 적이 한 번도 없다. 지난 1분기 2300억원 적자를 내면서 위기감은 극에 달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5월 말 최지성 부회장이 LCD사업부 임원들을 불러 모았다"며 "이 자리에서 최 부회장이 '그렇게 할 거면 모두 그만두라'고 강하게 질책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최 부회장 질책 이후 장 사장이 임원들에게 2분기에도 실적을 못내면 6월에 다같이 사표를 쓴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자고 독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분기에도 '명예회복'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룹 관계자는 "지난달 말 전자 각 사업부가 잠정 실적을 보고했는데 LCD가 또 적자를 내자 이건희 회장이 사장 교체를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투자책임,3D패널 소극 대응도 이유

실적부진이 전부가 아니란 얘기도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LCD부문 실적이 안좋다지만 TV 업황 부진에 따른 전 세계 LCD 업체들의 공통된 고민"이라며 "과거 반도체가 1000억원을 간신히 넘긴 분기 이익을 냈을 때도 사장 교체는 없었다"고 말했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지 않느냐는 얘기다. 3D TV의 핵심부품은 패널인데,여기서 경쟁사를 압도하지 못한 책임을 장 사장에게 물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이 3D TV 기술을 둘러싼 논란에 개의치 말고 열심히 하라고 오히려 격려했다"며 이런 해석을 경계했다. 잘못된 투자 결정의 책임을 물었다는 시각도 있다. 매년 반도체에 버금가는 설비투자를 하면서도 경쟁사를 월등히 앞서지 못한 데다 생산수율도 경쟁사 대비 낮다는 점에서다.

◆LCD사업 어떻게 될까

삼성은 당분간 LCD사업부를 새로 DS사업총괄을 맡은 권오현 사장이 이끌도록 조직을 개편했다. 권 사장은 이달 중 LCD사업부 경영진단을 통해 새로운 사업전략을 내놓을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께 LCD사업부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를 통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SMD는 9인치 이하 소형 패널과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를 만드는 회사로,삼성전자와 삼성SDI가 합작해 2009년 세웠다. LCD사업부의 대형 패널 사업이 불투명한 데 비해,SMD는 1분기 152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삼성 관계자는 "SMD와 LCD사업부 통합은 결정 시기만 남은 문제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디지털이미징사업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한명섭 PDP일류화TF장(전무) 후임으로 이재형 VD사업부 글로벌운영팀장(전무)을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명/김현예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