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캐나다 노텔이 보유한 통신기술 특허 6000여건을 손에 넣었다. 마이크로소프트,림(RIM),소니,EMC,에릭슨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노텔 특허 경매에 참여해 구글을 제치고 인수자로 선정됐다. 애플 컨소시엄은 구글이 써낸 9억달러의 5배나 되는 45억달러를 제시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경매에 붙여진 노텔 특허는 데이터 네트워킹,광통신,음성통신,인터넷,반도체,4세대 이동통신 등 통신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노텔의 특허를 움켜쥠으로써 취약한 통신 기술력을 보강해 모바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양사는 컴퓨터 하드웨어 ·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통신에 관한 한 후발주자다. 애플의 경우 2007년 6월 아이폰을 내놓고 모바일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CDMA(미국식)나 GSM(유럽식) 이동통신,여기서 진화한 4세대 이동통신 LTE(롱텀에볼루션),인텔과 삼성이 주도한 와이맥스(와이브로) 등의 기술은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

애플이 삼성을 상태로 특허 싸움을 걸어왔을 때 삼성이 자신있게 맞대응할 수 있었던 것도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삼성이 미국에서 획득한 통신 관련 특허는 6000여건으로 이번에 애플이 획득한 노텔 특허와 비슷한 규모다.

노텔 특허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손에 넘어간 것은 안드로이드 진영에 대한 위협이기도 하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리더는 구글이다. 구글은 최강의 검색 회사지만 통신에 관한한 애플과 마찬가지로 후발주자다. 안드로이드폰이 뜨기 시작할 무렵,애플이 HTC 모토로라 등 안드로이드 진영의 장수들을 잇따라 특허 침해 혐의로 제소해도 마냥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급기야 애플은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가장 덩치가 크고 힘이 센 삼성전자에까지 칼끝을 겨누고 있다.

노텔 특허 경매는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 비즈니스 세계의 냉혹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숙명적 라이벌이었고 아이폰이 나오기 전까지는 '나는 맥''나는 PC'하며 서로 치고받았다.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에 맞서기 위해 구글과 손을 잡았었다. 그러나 이번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손을 잡고 구글을 쳤다.

삼성 입장에서 봐도 그렇다. 삼성이 갤럭시S를 내놓기 전까지만 해도 애플은 우군이었다. 애플은 아이폰 핵심 부품을 삼성으로부터 구매했다. 그러나 애플이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에 애플TV까지 결합해 '애플 제국'을 완성하려 하자 정면대결이 불가피해졌다.

애플은 1일 특허 침해 혐의로 갤럭시S 4G,갤럭시탭 10.1 등 삼성의 4개 제품에 대한 수입 금지를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에 요청했다. 반면 삼성은 전선을 좁힌다는 전략에 따라 애플에 대한 맞제소 한 건을 취하했다. 애플이 노텔 특허를 손에 넣음에 따라 현재 판세는 애플이 공격하고 삼성이 방어하는 형국이 됐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