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은 돌고 돈다. 정부가 발표하는 정책을 보면 과거에 한번씩은 봤음직한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종의 데자뷔(기시현상)다.

최근 정부의 물가 대책도 그렇다. 외식비 등 개인 서비스 요금이 물가 상승의 주범이라며 음식값 편승 인상을 막겠다는 것은 과거 수십년간 정권이 바뀌어도 매번 등장했던 단골 메뉴다.

2차 오일쇼크로 물가가 두 자릿수 증가율로 급등하던 1970년대 말에도 음식값 상승은 골칫거리였다. 정부는 보도자료에 "인상 기도를 분쇄하겠다"는 살벌한 표현까지 써가며 단속에 나섰다. 세무서 요원까지 동원됐다. 외환위기 직후에도 물가가 치솟자 당시 정부는 자장면 갈비탕 등 음식값 인상 여부를 조사해 과도하게 올린 식당은 불공정 혐의를 씌워 고발 조치했다.

지난주 물가대책회의에서도 강도는 다르지만 비슷한 일이 재연됐다. 정부는 "음식값 담합 · 편승 · 과다 인상 등이 없는지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는 등 지도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대통령은 구체적인 정책 방안 마련까지 지시했다. 이쯤 되면 음식값을 올리는 식당을 잡을 대책이 조만간 나올 것 같기도 하다. 이번주 7일 예정된 물가대책회의가 장관급으로 격상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규제를 들이대면 시장은 언제나 피해갈 방법을 고안해낸다. 자장면 값을 규제하니 약간 변형된 간자장이나 쟁반자장을 만들어 값을 올리는 것이 그런 예다. 자장면이나 라면,커피가 다양화된 것도 1960~1970년대에 지속된 가격통제의 부산물이란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가격을 통제해 인플레를 막으려는 시도는 항상 실패로 돌아갔다. 국내뿐 아니다. 2차 대전 중 인플레로 인해 뉴욕 집세가 급등해 서민들은 맨해튼에 살기가 힘들게 됐다. 시장 개입을 선호하는 루즈벨트 대통령의 지시로 집세를 동결하는 조치가 취해졌다. 집세를 올릴 수 없게 된 집주인은 창문이나 수도가 고장나도 고쳐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결국 고통은 세입자들이 떠안았다.

정부의 음식값과의 전쟁이 이번에는 어떻게 결론날지 궁금하다.

이번주 경기 관련 지표로는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하는 '6월 생산자물가지수'가 있다. 소비자물가에 선행하는 생산자물가는 지난 5월 6.2%(전년 동월 대비) 올랐지만 국제 유가와 농산물 도매가격 안정으로 전월 대비로는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여름철 기상이변과 중동 정세 등으로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물가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4일 저축은행 경영건전화 방안을 발표한다. 하반기 본격화될 부실 저축은행들의 2차 구조조정을 앞두고 당국이 생각하는 밑그림이 제시될 예정이다.

같은 날 한은에서는 6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을 내놓는다. 7일에는 기획재정부의 '2012년 예산안 요구 현황'이 공개된다. 각 부처가 내년 예산 편성에 앞서 자체적으로 추정한 증액 요구안이다. 재정부는 이를 놓고 각 부처와 '예산깎기'를 위한 협상에 돌입한다. 같은 날 현 경기 상황에 대한 정부의 종합적인 판단이 담긴 '7월 그린북'이 나온다.

정종태 경제부 차장 / 정책팀장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