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금이 신흥시장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여전히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반면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흥시장으로는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그리스 재정위기 사태가 한고비를 넘기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재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긴축 강도가 하반기엔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글로벌 자금 유입으로 외국인의 국내 증시 '입질'도 재개되고 있다.

◆아시아펀드 금융위기 이후 최대 유입

3일 전 세계 펀드 동향을 제공하는 이머징포트폴리오닷컴에 따르면 지난주(6월23~29일) 신흥시장 주요 펀드인 글로벌이머징마켓(GEM)펀드로 10억4000만달러가 순유입되며 2주 연속 유입 기조를 이어갔다. 아시아(일본 제외)펀드에도 19억5100만달러가 들어왔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8년 4월 둘째주(21억8300만달러) 이후 3년여 만의 최대 규모다.

하지만 선진국펀드는 아직 썰렁하다. 세계 주요국에 투자하는 인터내셔널펀드는 5억6100만달러 순유출로,4주 연속 자금이 빠져나갔다. 퍼시픽펀드도 5주 만에 자금이 들어오긴 했지만 규모가 9300만달러에 그쳤다. 이민정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그리스 긴축안의 의회 통과로 남유럽 재정위기가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며 "아시아는 소비만 뒷받침되면 성장세를 이어가는 데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경기선행지수가 돌아서고 있다"며 "아시아펀드 내 비중이 가장 큰 중국 증시에 대한 기대가 자금 유입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등 아시아 자신감 상승

중국의 인플레이션 우려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조용찬 중국금융연구소 소장은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6~7월 6%를 웃돌 것"이라며 "공산당 창당 90주년을 앞두고 기관이 주식 비중을 늘리면서 시장이 반등하긴 했지만 이달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물가 정점이 머지않았다는 공감대는 확산되는 분위기다. 또 물가만 잡히면 언제든 긴축 완화에 들어가 경기 지표가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 소장은 "3분기 말에는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증시가 먼저 반등한다고 보면 8월 후반에는 상승 추세에 들어가 연말 3300~3400 정도까지 오를 것"으로 진단했다. 올 전체 기업 순이익이 20% 이상 증가하는 데 비해 주가순이익비율(PER)은 역사상 바닥권인 17배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른 아시아 신흥국도 긍정적 평가가 우세하다. 질이언 크웩 피델리티 포트폴리오매니저는 "1분기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었으나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이 둔화되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자체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탄력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외국인 한국 증시 3일째 순매수

신흥국 자금 유입을 기반으로 한국 증시 내 외국인 순매수도 3일째 이어졌다. 이 기간 외국인은 77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지난달 초반 3일 연속 사들인 적이 있지만 당시 규모는 3300억원에 그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기아차를 가장 많은 141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삼성전자(733억원) 현대모비스(592억원) 삼성중공업(583억원) 삼성물산(547억원) LG화학(504억원) 등도 대거 사들였다.

김경덕 메릴린치 전무는 "외국인이 지난달 한국 증시 비중을 지나치게 줄여 놓은 데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며 "시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펀드 자금 유입 속에 시장이 급반등할 경우 시장수익률을 못 따라갈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 센터장은 "미 경기 둔화는 일본 대지진과 가솔린 가격 급등 등 일시적인 요인 탓"이라며 "미 경기 지표 개선을 확인하면서 7~8월 국내에 서머랠리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