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물가苦에 40~50대 '경제행복' 급락
국민이 느끼는 경제적 행복감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대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전국 20세 이상 남녀 102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경제행복지수는 39.4로 2009년 상반기(38.6)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6개월 전인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서는 3.3포인트 떨어졌다.

경제성장률 등 경기지표가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는데도 경제행복지수가 하락한 것은 물가 및 전셋값 상승,가계 부채 증가 등으로 체감경기가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도시 · 40~50대 체감경기 악화

지역과 연령,직업 등을 가리지 않고 대부분 계층에서 경제행복지수가 하락했다. 지역별로는 16개 시 · 도 중 경북 강원 전남을 제외한 13개 시 · 도의 행복지수가 떨어졌다.

서울의 행복지수가 39.4로 5.4포인트 하락한 것을 비롯해 부산(37.7) 대구(37.7) 인천(37.4) 등 대도시의 경제적 행복감이 평균치인 39.4에 못 미쳤다. 반면 경북의 행복지수는 3.2포인트 상승한 45.1로 16개 시 · 도 중 가장 높았다.

연령별로는 40대와 50대의 행복지수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40대가 38.1,50대가 34.2로 지난번 조사에 비해 각각 5.5포인트와 3.6포인트 하락했다.

20대는 46.5로 2.5포인트 하락했지만 다른 연령층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높았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40~50대는 물가 급등과 대출금리 상승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계층"이라고 분석했다.
금리·물가苦에 40~50대 '경제행복' 급락
직업별로는 자영업자의 행복지수가 41.5에서 33.9로 떨어져 하락폭이 가장 컸다. 직장인 주부 전문직 공무원의 행복지수도 하락했다.

다만 전문직과 공무원의 경제적 만족도는 하락세 속에서도 각각 49.8과 48.4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기타 · 무직 계층의 행복지수는 32.7로 1.1포인트 상승했지만 다른 직업군에 비해서는 낮았다.

성별 행복지수는 남녀 모두 하락했지만 여성이 41.6으로 남성(37.3)보다 높았다. 지역 · 연령별 조사를 토대로 추정한 '경제적으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20대 대졸 미혼여성'이었다.

◆예측지수 하락…비관적 전망 확산

금리·물가苦에 40~50대 '경제행복' 급락
소득별로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지수 격차가 소폭 축소됐다. 연소득 2000만원 미만의 행복지수는 30.9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1.2포인트 하락에 그친 반면 1억원 이상은 71.3으로 4포인트 떨어졌다. 연소득 8000만~1억원 계층이 55.7로 11.2포인트 내려갔고,4000만~6000만원 계층은 45.0으로 5.4포인트 하락했다.

자산 규모별로는 20억원 이상 계층의 행복지수가 76.5로 6.2포인트 상승한 반면 1억원 미만 계층은 32.9로 1.6포인트 하락,격차가 확대됐다. 자산 1억~3억원과 3억~5억원 계층의 행복지수도 각각 4.3포인트와 8.3포인트 하락했다. 소득과 자산이 많을수록 행복지수도 높은 모습에는 변화가 없었다.

경제적 형편이 앞으로 어떨지를 묻는 경제행복 예측지수는 129.8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17.8포인트 하락했다. 경제행복 예측지수는 100을 넘으면 경제적으로 행복해질 것이라는 응답이 그렇지 않다는 응답보다 많다는 것을 뜻한다.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아직은 우세하지만 그 비율은 크게 낮아진 것이다.

☞ 경제행복지수

소득 소비 고용안정성 등 경제적 만족감을 평가해 지수화한 것.△경제적 안정 △경제적 우위 △경제적 발전 △경제적 평등 △경제적 불안 등 5개 하위 지수와 '전반적 행복감'을 종합해 산출한다. 50을 기준으로 100에 가까울수록 행복하고 0에 가까울수록 불행하다는 것을 뜻한다. 현대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신문은 2007년 하반기부터 매년 두 차례씩 경제활동 중인 전국 20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경제행복지수를 조사하고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