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7호선 반포역과 논현역 사이 낡은 저층 주택 밀집지역인 반포1동.대로변 안쪽에선 5~6층짜리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빌라를 짓는 현장이 5곳이나 됐다. 분양가는 3.3㎡ 당 5000만~7000만원.강북 등에 비해 두 배가량 높은 가격이다.

분양을 알선하고 있는 중개업소에선 1m 남짓 크기의 도면을 꺼내 보였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반포1동 일대가 2~3년 내에 고층아파트 단지로 개발될 것"이라며 "분양가는 비싸지만 대기자가 20명이 넘는다"며 투자를 권유했다.

◆"콤팩트시티로 개발된다"…투기 과열

반포지역에 투기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도시개발사업으로 '콤팩트시티'로 바뀐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도시형 생활주택 빌라 등의 신축을 통한 지분 쪼개기가 성행하고,분양가도 크게 올랐다.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반포자이 건너편 경부고속도로 진입로와 강남대로 사이 반포1동 일대에 대한 개발 호재가 나돌기 시작한 것은 대략 1년 전쯤부터다. 반포1동 일대 33만㎡가 도시개발사업으로 업무 · 상업 · 주거 기능이 복합된 '콤팩트시티'로 개발된다는 것이 내용이다.

지난해 서초구가 세운 '2010 주요 업무계획'에 비슷한 개발 구상안이 담긴 것도 빌미가 됐다. 여기에 한 케이블TV가 지난해부터 이곳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켜 투자를 권유하는 방송을 계속 내보내 투자 열기가 달아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A공인 관계자는 "케이블TV 방송을 봤다며 문의하는 투자자들이 급격히 늘었다"며 "도시형 생활주택 분양가도 작년에 비해 3.3㎡당 1000만~1500만원 올랐다"고 설명했다.

합정동 일대 등에서 활동하던 지분 쪼개기 업자들도 대거 진출,도시형 생활주택 분양에 뛰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업체들은 상당한 수익을 올리면서 10여명의 직원들을 단체로 유럽 여행까지 시켜줬다는 후문이다.

주변 B공인중개업소에서는 "대로변과 가까운 곳에 분양 중인 도시형 생활주택이 네 가구가 있다"며 "3.3㎡당 6500만~6700만원인데 나중에 상업지로 바뀌면 대박이 날 것"이라고 투자를 부추겼다.

◆서초구 "개발계획 없다"

개발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도시형 생활주택 등을 짓기 위한 건축허가 건수도 크게 늘고 있다. 서초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반포동 일대 건축허가는 7건(연면적 4538㎡)이었으나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15건(연면적 8692㎡)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콤팩트시티에 대해 서초구 도시계획팀 관계자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요구로 반포1동 일대를 공동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한 적이 있으나 수익성이 뒷받침되기 힘든 것으로 조사된데다,LH도 자금난 등으로 개발 여력이 없어 사업계획을 완전히 접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나마 개발을 검토해 보려면 대부분 2~3종지역인 이곳을 준주거나 상업지역으로 용도를 바꿔야 하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이 같은 사정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분양가를 주고 매입한 투자자들이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정선/박한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