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정리해고 문제로 6개월 넘게 총파업과 직장폐쇄 등으로 갈등을 빚어온 한진중공업 노사가 27일 노사협상을 타결했다.

이재용 한진중공업 조선부문 대표이사와 채길용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한진중공업 지회장은 이날 오후 부산 봉래동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노사협의 이행합의서에 서명했다. 이로써 정리해고를 둘러싼 한진중공업 노사갈등은 노조가 지난해 12월20일 총파업에 돌입한 지 190일 만에 일단락됐다. 노사는 노조의 파업 철회와 업무 복귀 조건으로 정리해고자에게 근무연수에 따라 최고 22개월치의 위로금 지급 등에 합의했다.

노사는 이날 총파업을 철회하고 업무 복귀에 합의하면서 △해고자 희망퇴직 처우 적용 △민 · 형사 및 진정사건과 징계책임 문제 쌍방 취하 △김진숙 퇴거 문제는 노조 책임 하에 해결 △타임오프 및 현안문제는 법 테두리 내에서 전향적으로 개선 등에 합의했다.

190여일에 걸친 총파업을 철회하기로 한 것은 노사 모두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노조는 지난 11,12일 외부 노동단체원 400여명이 영도조선소에 불법 진입하는 과정에서 사측과 충돌해 92명이 경찰 출석요구를 받자 큰 부담을 느꼈다. 부산지법이 노조원들에게 '퇴거 및 출입금지' 결정을 내린 것도 계속 총파업 상태로 끌고가기에는 제약요인이 됐다. 노조원 90% 이상이 파업현장을 이탈한데다 외부 노동단체원들의 영도조선소 무단 난입사건 이후 경찰이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보인 것도 노조가 사측과 대화를 서두르게 한 요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도 지난해 12월20일 노조 총파업과 올해 2월14일 직장폐쇄로 영도조선소가 멈춰서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노조 총파업으로 인한 전체 피해규모가 500억원 정도로 회사 부담이 컸다.

하지만 경영정상화를 위해선 강성 노조원들의 반발을 무마하고,새로운 시장개척이라는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민노총과 연계해 정리해고 철회를 주장하는 강성 노조원을 설득해야 한다. 고공시위를 벌이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 문제도 해결 과제다.

한진중공업이 현재 3년째 수주가 전무한데다 하루 4억원 정도의 피해가 발생하는 것도 구조적인 문제로 꼽힌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