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이청용 유기적 플레이 '위력'..첫 실험 '포백 조합'도 호평

오는 9월부터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을 치러야 하는 '조광래호' 한국 축구대표팀이 제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대표팀은 3일 열린 세르비아와의 친선경기에서 2-1로 이겼다.

세르비아 대표팀은 네마냐 비디치(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브라니슬라프 이바노비치(첼시), 밀란 요바노비치(리버풀) 등 일부 주축 선수들이 빠진 데다 경기 전날에야 입국해 정상적인 기량을 보여주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세르비아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6위(한국 31위)의 동유럽 강호라는 점에서 태극전사들은 이날 승리로 자신감을 느낄 만하다.

결과 못지않게 더욱 고무적인 점은 대표팀이 지난해 7월 부임한 조광래 감독이 추구하는 새 색깔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부임 초기 조 감독의 축구를 '만화축구'라며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던 선수들도 이제는 사령탑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한 모습이다.

이날도 최전방부터 최후방까지 간격을 좁혀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고, 공을 잡으면 간결한 패싱 플레이로 점유시간을 늘리고, 공간을 차지하면서 득점을 노리라는 조 감독의 요구를 실전에서도 잘 소화해냈다.

조 감독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도 "수비진을 뒤로 물러서지 않게 하고 과감하게 전진시킬 계획"이라며 "공격과 수비의 간격을 줄여 더 좋은 공격을 펼치겠다"고 밝혔는데, 나름대로 성과를 낸 것이다.

4-1-4-1 포메이션에서 최전방 공격수를 맡은 박주영(AS모나코)과 오른쪽 미드필더 이청용(볼턴) 간의 유기적인 플레이는 갈수록 위력을 더하고 있다.

이용래(수원)와 김정우(상주상무), 기성용(셀틱)으로 꾸려진 역삼각형 구도의 중앙 미드필더들도 공·수 연결 고리 역할을 제대로 해줬다.

특히 플레이가 거친 스코틀랜드 리그에서 기량을 쌓은 기성용은 수비형 미드필더의 임무를 맡아 포백 수비라인에 안정감을 더하는 한편, 중원을 지배하며 조 감독의 의도대로 경기를 풀어가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조 감독이 이번 경기에서 처음 실험한 포백 조합도 합격점을 줄 만했다.

이날 좌·우 풀백 김영권(오미야)과 차두리(셀틱), 중앙수비수 이정수(알 사드)와 홍정호(제주)로 꾸린 포백은 간혹 상대 수비를 놓쳐 위험스런 상황에 부닥치기도 했지만 비교적 효과적으로 상대 공격을 차단했다.

상대가 공을 잡으면 공격수들부터 일차 저지선을 꾸려 상대를 압박하다 보니 수비도 힘을 덜 수 있었다.

비록 후반 막판 중거리슛을 허용해 실점하긴 했지만, 시간을 갖고 좀 더 가다듬는다면 고질적인 수비 불안에 대한 고민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래 중앙수비수 자원이지만 왼쪽 풀백으로 풀타임을 뛰면서 1골 1도움을 올리는 만점짜리 활약을 펼친 김영권은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이영표(알 힐랄)의 후계자를 찾는 조 감독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기에 충분했다는 평이다.

오른쪽 풀백 차두리도 전반 초반 이후 상대 왼쪽 윙포워드인 조란 토시치(CSKA모스크바)의 움직임이 워낙 좋아 오버래핑을 자제하는 모습이었지만, 후반 들어 적극적으로 측면을 파고들어 김영권의 추가골을 돕는 등 제 몫을 해냈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