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라시옹 "스트로스-칸, 게앙장관이 일 꾸밀까 걱정" 보도

성폭행 미수 사건으로 기소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현 프랑스 핵심각료의 개입 가능성을 우려했던 발언이 한 신문에 보도되면서 프랑스 인터넷을 중심으로 떠도는 음모론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좌파 성향의 신문인 리베라시옹은 16일 고가의 포르셰를 타고 있던 스트로스-칸의 사진이 찍혔던 날인 지난달 28일 스트로스-칸이 점심을 함께 했던 리베라시옹 기자와 나눈 내용을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스트로스-칸은 이 기자에게 "(내무장관인 클로드) 게앙이 좋지 않은 일을 꾸미고 있는 것 같아 걱정된다"면서 자신은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부터는 아주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앙 장관은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하다 내무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니콜라 사르코지의 핵심 측근이다.

스트로스-칸은 자신에게 닥쳐올 수 있는 문제로 재산 관계, 여자관계, 유대인 등 3가지를 꼽은 뒤 "그래, 나는 여자를 좋아해. 그래서 어쨌다는 거지?"라고 반문하면서 "그들은 수년동안 나의 그룹섹스 사진들을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한번도 나온 것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여자를 주차장에서 성폭행하고 입막음으로 50만-100만유로를 주기로 약속했다는 소문도 들었다"고 소개한 뒤, 한번은 국제회의장 화장실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함께 용변을 보다가 "사생활을 뒤지는 지저분한 짓을 그만두라"고 말한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인터넷에서는 스트로스-칸 총재가 미 중앙정보국(CIA)나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프랑스 정보기관이 놓은 덧에 걸려들었다는 등 음모론이 난무하고 있다.

르 파리지앵 신문은 스트로스-칸 총재가 체포된 지 20분만에, 뉴욕타임스 인터넷판보다 빨리 트위터에 이 사실을 게재한 사람이 보수 집권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의 열성 청년당원이라는 점에 누리꾼들이 의혹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르 파리지앵은 사건 현장인 소피텔 호텔이 프랑스 기업 소유라는 점도 인터넷 상에서 음모론 논란의 대상이 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앙리 드 랭쿠르 국제협력 담당장관은 이 사건이 함정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스트로스-칸 총재가 외국 방문 일정을 코앞에 두고 IMF 본부가 있는 워싱턴이 아닌 뉴욕에 투숙한 점도 등을 의문점으로 제시됐다.

한편 엘리제궁의 한 보좌관은 대통령실이 개입했다는 음모론이 인터넷 상에서 퍼지는 것과 관련, "피해 청소원이 엊그제 채용된 것도 아니고 '마타 하리'도 아니지 않느냐"면서 "우리가 정말 일을 꾸몄더라면 6개월 정도 뒤가 더 좋은 타이밍이었을 것"이라는 말로 일축했다고 르 파리지앵은 전했다.

(파리연합뉴스) 김홍태 특파원 hong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