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하마오카 원자력발전소의 가동 정지라는 카드로 정치적 궁지에서 한숨 돌린 모습이다.

간 총리는 작년 9월 중국과의 센카쿠(尖閣 :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선박 충돌 사건 이후 지지율이 추락했고 각종 선거에서의 참패,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민주당 간사장과의 대립,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대응 실패 논란 등으로 실각 위기가 계속됐다.

자민당 등 야권은 간 총리의 조속한 사임을 요구했고, 오자와 전 간사장을 비롯한 민주당 내 반(反) 간 총리 진영도 퇴진을 압박했다.

하지만 지난 6일 수도권에서 가까운 시즈오카(靜岡)현 하마오카 원자력발전소의 전면 가동 정지를 주부(中部)전력에 요청하면서 여론이 다소 호전돼 급박한 실각 위기는 넘긴 것으로 보인다.

16일 현지 언론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간 내각 지지율은 아사히신문 조사에서 26%,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 27%, 교도통신 조사에서 28.1%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의 직전 조사보다 약 2∼5% 정도 지지율이 높아진 것이다.

간 총리가 하마오카 원전의 운정 정지를 결정한데 대해서는 아사히신문 조사에서 62%, 마이니치 조사에서 66%,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서 68%, 교도통신 조사에서 66%가 '평가한다'고 응답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전력에서 원전의 비중을 줄이고 자연에너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간 총리의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여론은 공감했다.

향후 원자력발전소를 어떻게 해야하느냐에 대해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서는 '모두 없애야한다'(15%)거나 '감축해야한다'(44%)는 의견이 '현상을 유지해야한다'(34%)와 '늘려야 한다'(4%)는 견해를 크게 앞섰다.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도 원전을 줄이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59%로, 원전 의존이 불가피하다(31%)는 여론을 압도했다.

간 내각에 대한 여론 지지율 하락이 한풀 꺾이면서 야권의 사퇴 공세도 다소 수그러들고 있다.

제1야당인 자민당은 간 내각에 대한 불신임안이나 문책 결의안을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공명당 등 다른 야당이 협조하지 않는데다 대지진 피해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수습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여론의 눈치를 봐야 한다.

간 총리의 정적인 오자와 전 민주당 간사장은 원전 대응 실책을 들어 간 총리 축출을 추진하면서 자민당 등에 추파를 보내고 있지만, 야권은 정치자금 문제를 안은 오자와 전 간사장과의 연대는 어렵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간 총리가 위기를 탈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20%대의 지지율은 여전히 '위험 수위'이다.

아사히신문 조사에서는 간 총리의 조기 퇴진을 원하는 의견이 41%로 '유임했으면 좋겠다'(34%)는 여론보다 높았다.

향후 원전 정상화가 늦어지거나 대지진 피해복구가 지지부진하면 야권이나 여론의 사임압력은 가중될 수 있다.

국채발행 등 2011년도 예산관련 법안이 야권의 반대로 묶여 있는 점도 부담이다.

간 총리는 3월 동일본대지진 이후 처음으로 이달 하순 답답한 내정에서 벗어나 외교로 국면전환을 노린다.

이달 21일과 22일 도쿄에서 열리는 한국-중국-일본 정상회담에 이어 월 말에는 프랑스 도빌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도쿄연합뉴스) 김종현 특파원 kim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