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 이후 관계가 악화된 파키스탄에 대해 원조 삭감 등 강경한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빈 라덴 사살 작전 이후 미국은 파키스탄이 빈 라덴의 은신처를 알면서도 알리지 않았다고 의심하고 있으며 파키스탄은 미국이 자국 영토에서 사전 통보 없이 군사 작전을 해 주권을 침해했다고 맞서고 있어 양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 고위 관리가 파키스탄에 대한 원조를 삭감할 수 있다고 밝히고 파키스탄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15일(현지시각) 오후 파키스탄을 방문하는 미 상원의 존 케리(민주.매사추세츠) 외교위원장도 양국 관계가 중대 시점에 와 있다고 말해 양국의 관계 개선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14일 파키스탄에 대한 연간 30억 달러의 원조를 중단할 수도 있고 파키스탄이 빈 라덴의 은신처를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에 대한 증거가 있다면 이것도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과의 협상에서 강경 카드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빈 라덴의 은신처를 습격해 수백 개의 컴퓨터 드라이브와 서류를 입수했지만, 지금까지 빈 라덴의 은신에 파키스탄이 연루됐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파키스탄에 앞서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한 케리 위원장은 이날 "빈 라덴의 죽음과 파키스탄에 대한 원조 삭감 요구 등으로 말미암아 미국과 파키스탄의 관계가 중대한 시점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그는 파키스탄이 과거 알 카에다와의 전쟁 등에서 많은 공헌을 했지만 빈 라덴의 사살 이후 많은 의심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케리 위원장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방문하기 이전에도 파키스탄에 대한 원조와 관련, "의회에서 양단간에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이 됐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정부와 군 관계자들을 만나게 될 케리 의원은 파키스탄의 핵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NYT는 보도했다.

미국 내에서는 파키스탄에 대한 연간 30억 달러의 원조금이 파키스탄의 핵무기 생산에 사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몇몇 미국 관리에 따르면 미국은 빈 라덴 사살 이후 파키스탄이 핵무기 생산을 확대하거나 핵무기에 대한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징후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미국 지도부 내에서는 파키스탄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주문하는 여론이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파키스탄에 대한 원조 삭감 등 미국이 강력 대응에 나서면 대(對) 테러전쟁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어 여전히 많은 관리들은 파키스탄과의 관계 개선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뉴욕연합뉴스) 이상원 특파원 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