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누명을 쓰고 수년간 복역한 재일교포 2세가 26년 만에 어렵사리 무죄를 받았다.

그러나 검찰이 판결에 불복해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내려지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9부(최상열 부장판사)는 국가기밀을 수집해 대남공작원에게 넘긴 혐의로 처벌받았다가 재심을 청구한 재일교포 2세 윤정헌(58)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검찰은 가혹행위와 심리적 억압이 없어 허위 자백을 하지 않았는데도 무죄를 선고한 게 부당하다고 주장하지만, 수사기록이나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결정 등에 비춰보면 고문을 못 이겨 거짓 자백을 했고 간첩행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본 1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1984년 고려대 의과대학에 재학 중 조총련계 대남공작원에 포섭돼 국내에서 각종 국가기밀을 탐지ㆍ수집했다는 혐의로 국군 보안사령부 수사관에게 영장 없이 연행돼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다.

그는 외부와 연락이 차단된 상태에서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하다 대남공작원에게 국가기밀을 보고했다는 허위 자백을 해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같은 해 11월 기소됐으며 징역 7년과 자격정지 7년이 확정돼 복역하다 1988년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윤씨는 과거사정리위 진상조사를 거쳐 작년 1월 재심을 청구했고 1심은 `고문을 동반한 불법적인 수사로 작성된 조서는 증거능력이 없으며 윤씨가 수집했다고 검찰이 주장하는 기밀은 대부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것이라 기밀이라 할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윤씨의 재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며 2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되자 상고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