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스나이더 감독의 '써커펀치'(원제 Sucker Punch)는 미녀 5총사가 나와 시원한 칼질을 선보이는 액션 영화라는 점에서 캐머런 디아즈 등이 출연한 '미녀 삼총사'와 미녀들이 대거 나와 대결을 펼치는 'DOA' 같은 영화들과 친족관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러한 외피를 벗기면 영화의 속내는 조금 복잡해진다.

남성 판타지에 대한 비틀기가 영화 곳곳에 숨겨져 있는 '써커펀치'는 '기습공격'이라는 제목처럼 '판타지 액션은 무릇 이래야 한다'는 관객들의 통념을 향해 기습적인 펀치를 가한다.

탐욕에 눈이 먼 의부 탓에 정체불명의 정신병원에 감금된 베이비돌(에밀리 브라우닝)은 탈출을 결심하나 물샐 틈 없는 경비 때문에 주저한다.

하지만, 병원에서 스위트 피(애비 코나쉬), 로켓(지나 말론), 블론디(바네사 허진스), 앰버(제이미 정)등을 만나 이들과 함께 주도면밀한 탈출 계획을 세운다.

베이비돌 등은 춤을 이용해 가상현실로 들어가 좀비, 나치군단, 사이보그 등과 대결을 펼치며 탈출에 필요한 지도, 불, 칼, 열쇠 등의 아이템을 획득해간다.

베이비돌이 정신병원에 갇히기까지의 과정을 대사 없이 음악과 영상만으로 압축해서 보여주는 초반부의 간결한 편집부터 인상적인 이 영화는 풍부한 아이디어를 스타일리시한 화면 속에 담아냈다는 점에서 스나이더 감독의 재기와 역량이 느껴진다.

19세기 프랑스 물랭루즈를 상기시키는 정신병원부터 독특한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춤을 통해 가상현실로 접근한다는 설정이다.

베이비돌이 춤을 추는 순간 여자 수용자들은 가상현실에 들어가 나치군단, 드래곤 용사, 사이보그 전사들과 전투를 벌여 아이템들을 획득해나간다.

재밌는 점은 이러한 가상현실이 모두 남자들이 상상을 통해서 즐거움을 느끼는 판타지 세계라는 점.
영화는 남성들의 판타지들을 차례로 깨나가는 여전사들의 실감 나는 전투를 화려한 컴퓨터그래픽을 곁들여 보여준다.

교복을 입고 칼을 휘두르는 여자 5총사의 액션도 눈길을 끌 만하다.

주연들의 연기력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눈에 띄는 악연도 없다.

교포 제이미 정의 연기도 평범하다.

비주얼적인 측면에서나, 영화에 숨겨진 상징성의 측면에서 다양한 관객들을 끌어 들일만한 영화다.

'스윗 드림즈'(Sweet dreams) 같은 팝음악부터 서치 앤드 디스트로이(Search and Destroy) 같은 음산한 록음악 그리고 페르콜레지의 '슬픔의 성모' 같은 바로크 음악까지 다양한 음악이 영화의 폭넓은 스펙트럼과 잘 어우러진다.

다만,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불명확하다는 점에서 보는 도중에 스토리의 맥을 잃을 수도 있다.

4월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