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장충동 호텔신라 더파크뷰 레스토랑엔 음식 메뉴와 맛,접객 서비스까지 챙기는 사람이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 삼성에버랜드 사장(40 · 사진)이다. 수행원 없이 불쑥 나타나 현장을 꼼꼼히 둘러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에 이 사장을 레스토랑에서 봤다는 목격담이 자주 올라올 정도다.

그는 인천공항 호텔신라 면세점에 명품 브랜드인 '루이비통'을 세계 최초로 입점시키는 수완을 발휘해 주목받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배당-신사업이라는 3중 호재를 삼성에버랜드에 몰고온 것도 '이부진 효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에버랜드 매출 2조원 첫 돌파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에버랜드는 지난해 매출 2조2186억원에 영업이익 162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2조원을 넘긴 것은 창립 이래 처음이다.

에버랜드는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의 지주회사나 마찬가지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지분 25.1%를,장녀 이부진 사장이 8.37%,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8.37%를 갖고 있다.

에버랜드의 성장과 변신에 이부진 효과를 빼놓을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이부진 사장이 2009년 경영전략 담당 전무로 경영에 참여하면서 사업구조가 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에버랜드 경영전략회의를 이끌어온 이 사장은 지난해 3월 2020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사업구조도 재정비했다. 빌딩 관리와 환경개발,에너지 사업을 담당하는 E&A 사업부와 급식 등을 맡는 푸드컬처 사업부,테마파크와 골프사업이 중심인 레저 사업부 등 3개로 나눴다.

사업 및 인력 조정 등을 거친 에버랜드의 실적은 수직 상승했다. 작년 매출은 2009년(1조7264억원)보다 25% 늘어난 2조2186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2009년 1497억원에서 2010년엔 1688억원으로 늘었다.

실적 호조엔 계열사로부터 들어오는 배당수익도 한몫했다. 지난해 삼성 계열사들이 사상 최대 이익을 내면서 배당금 수익이 88억원(2009년)에서 448억원으로 5배 가까이 늘었다. 에버랜드는 실적을 공시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처음으로 주당 5000원,총 125억원을 배당했다.

◆바이오 등 미래사업에 집중

이 사장은 지난달 초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하며 '성장과 혁신'을 화두로 삼았다. 오너가의 일원이지만 경영인으로서 역할을 성장동력 확보에 맞춘 셈이다.

그의 의지를 반영하듯 에버랜드는 올초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신성장동력 사업 '바이오제약'에 뛰어들었다. 바이오제약 개발회사인 미국 퀸타일스와 합작사를 세우는 데 초기 투자금 3000억원의 40%에 이르는 1200억원을 에버랜드가 맡았다. 합작사를 함께 만들기로 한 삼성전자(40%)와 같은 규모다.

업계에선 에버랜드의 참여를 눈여겨보고 있다. 그룹의 인프라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에버랜드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바이오 사업에 뛰어든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에버랜드는 상대적으로 미래성장 동력 확충에 갈증이 많았다"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급식사업을 하면서 식품안전성 검사를 위해 생명과학을 전공한 해외 석 · 박사급 인력을 많이 확보,바이오 제약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바이오제약 사업 진출을 계기로 에버랜드가 많은 변화를 맞게 될 것이란 얘기다.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 기존 사업인 급식사업은 고급화하고 인프라사업 등 신사업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