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타격 7관왕으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거포' 이대호(29·롯데)가 '괴물투수' 류현진(24·한화)과의 개막전 대결에서 화끈한 홈런을 날리며 이번 시즌 대활약을 예고했다.

이대호는 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정규리그 개막전에서 5회 류현진을 상대로 왼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시즌 1호 홈런을 뽑아냈다.

2-0으로 리드한 가운데 1사 주자 없는 상태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대호는 풀카운트에서 몸쪽으로 높게 파고든 시속 139㎞짜리 직구를 잘 받아쳤다.

방망이에 맞는 순간 홈런 타구임을 직감할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뜬 타구는 좌측 외야 관중석 상단에 떨어졌다.

비거리는 120m.
류현진으로서는 앞선 4회 정보명에게 공을 던지다가 미끄러지면서 오른쪽 발목이 접질리는 등 밸런스가 무너진 탓에 최고의 컨디션으로 대결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대목이었다.

이대호와 류현진의 승부는 지난해 MVP 후보의 재대결이라는 점에서 경기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류현진은 정규리그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출루를 허용하고 싶지 않은 선수로 이대호를 꼽았고, 양승호 롯데 감독은 "우승을 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은 한화의 류현진"이라며 개막전 선발로 나선 류현진에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해 MVP 대결은 타격 7관왕에 9경기 연속 홈런 신기록을 내세운 이대호의 승리로 끝났다.

류현진도 29경기(2010시즌 2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의 대기록으로 맞섰지만 이대호의 벽은 넘어서지 못했다.

이날도 두 선수는 1회 첫 대결부터 팽팽한 긴장감을 뿜어냈다.

2사 1루에서 이대호를 상대한 류현진은 변화구를 던지며 유인했지만 볼넷으로 내보내고 말았다.

3회 두 번째 대결에서는 류현진이 압도했다.

2사 1, 3루 실점 위기에서 변화구를 던져 체크 스윙 아웃으로 잡아냈다.

5회 세 번째 대결에서 홈런을 터트린 이대호는 이날 3타수 1안타에 1타점의 성적을 올리며 기분 좋게 시즌을 출발했다.

아울러 이대호와의 역대 상대 전적에서도 61타수 21안타(0.344)에 홈런 6개로 우위를 유지했다.

지난 시즌 데뷔 후 최다인 44개의 아치를 그린 이대호는 이번 시즌에 들어가면서 50홈런 고지에 오르겠다고 다짐했다.

발목이 아직 완전하지 않은 상태임에도 개막전부터 홈런을 날림에 따라 이번 시즌 목표 달성에도 청신호를 켰다.

이대호는 "사실 날씨가 추워서 발목이 좋지 않았지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며 "류현진이 착해서 좋은 공을 던져 준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