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국회를 통과한 개정 상법에 상장사의 '준법지원인' 강제 채용 조항이 끼어들어 논란을 빚고 있다. 내년 4월부터 일정 규모 이상인 상장사는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법대 조교수 이상 등 법률 전문가를 1명 이상 임기 3년의 상근 준법지원인으로 둬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기업의 의사결정 및 업무집행 과정에서 상시적으로 법적 위험을 진단해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으로 그 역할을 규정하고 있다. 이를테면 10년 전 도입된 금융사 준법감시인의 일반 상장사용 버전이다.

준법지원인은 2009년 노철래 의원(미래희망연대) 등 33명의 국회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 포함되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중 19명이 변호사 출신이고 6명은 법대 교수 등 법학 전공자들이다. 전형적인 밥그릇 만들어내기라는 말을 듣게 생겨 먹었다. 경제단체들은 물론이고 시민단체까지 법률로 의무화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반대의견을 냈던 법안이었다. 그러나 변변한 논의도 없이 2년이 지난 뒤 법무부가 올린 상법 개정안에 이 조항(제542조의13)이 슬쩍 끼어들어갔다. 준법지원인을 고용해야 할 당사자인 상장사들조차 법이 통과되고 나서야 이 제도가 의무화된 사실을 알았다고 할 정도다.

기업의 법적위험이 커지는 추세여서 기업들 스스로 변호사 채용을 늘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웬만한 기업이면 감사나 감사위원회 외에 감사실 법무실 고문변호사 등 다양한 내부통제 수단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이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선진국에서도 변호사 채용을 의무화한 이런 법은 없다. 더구나 준법지원인은 기업의 의사결정까지 감시하게 돼 감사의 역할과도 중복된다.

준법지원인 제도 도입은 최근 정부가 추진한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 소득검증제가 국회에서 제동이 걸린 것과 맞물려 법조계 출신들의 지겨운 직역(職域) 이기주의로 비쳐지고 있다. 기존 감사제도가 제 기능을 못했다면 그 원인을 가려내 보완하는 게 순서다. 외환위기 이후 중구난방으로 도입된 내부통제 기준부터 명확히 한 뒤 준법지원인 제도의 필요성 여부를 논의했어야 했다. 시행을 보류하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