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한만호, 재판 앞두고 부친과 위증 문제 얘기"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의 핵심증인인 한만호(50.수감중) 전 한신건영 대표가 한 전 총리 측에 3억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이 담긴 녹음 CD가 법정에서 공개됐다.

앞서 검찰은 한 전 총리에게 9억여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것으로 지목된 한 전 대표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자 법정 증언이 거짓이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구치소 접견 녹음 CD를 증거로 신청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우진 부장판사)는 23일 한씨가 교도소·구치소에서 모친 등과 나눈 대화가 담긴 육성 CD를 증거로 채택, 한 전 총리와의 돈거래를 암시하는 대화 내용 등을 검증했다.

CD에는 2009년 5월초 한씨 부모가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갈 상황에 처하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한 전 총리 측에 3억원을 돌려 달라고 요구한 내용, 회사가 부도나고 자신이 갇혀 있음에도 한 전 총리 측과 연락이 닿지 않는 점에 불만을 토로한 내용이 포함됐다.

CD 내용을 보면 한씨는 2009년 5월6일 접견 온 모친에게 "○○이(한 전 총리 측근 김모씨)한테, 한명숙 그쪽에서 일절 연락 들어온 것도 없죠?"라고 묻자 모친은 "없어"라고 답하며 "그래도 나오면 재기하고 서로 도와줄 일이 있을까 봐 말을 못하는데"라며 서운함을 드러낸다.

한씨 모친은 또 2009년 5월18일 "내가 ○○한테 전화해봤더니 (한)명숙이가 미국 가 있대. 10여일 있으면 들어오니까 상의해서 전화드리겠다더라"고 말한다.

6월13일 접견부터는 한씨가 '3억을 요구했다'는 발언이 나오기 시작한다.

당일 한씨는 모친에게 "내가 (○○에게) 편지 띄웠어요"라며 "3억을 요구했다"라고 말한다.

6월30일 접견에서도 한씨는 모친에게 "○○한테 3억을 요구했다"고 거듭 확인한다.

또 한씨 모친이 11월27일 접견에서 "일단 ○○이하고 총리, 그런 XXX XX 만나서 얘기 확고하게 하라. 지네들한테 왜 한 달에 1천만원씩 주고 우리가 고통을 당해야 하느냐"며 욕설을 섞어 격앙된 감정을 표현한 내용도 공개됐다.

CD에는 한씨가 지난해 말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한 전 총리에게 불법 자금을 줬다는 검찰 진술을 번복한 것과 관련, `위증' 문제를 부친과 논의한 내용도 있다.

지난해 11월15일 접견에서 한씨가 부친에게 건강 상태를 묻자 부친은 "난 괜찮은데 위증 그런 것 때문에 엇갈릴 뿐이지"라고 답변했고, 다시 한씨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라고 응수했다.

검찰은 이런 대화가 한씨가 미리 `위증'을 계획했으며 부친과 그 문제를 논의한 정황이라고 주장했지만 한 전 총리의 변호인 측은 "위증 얘기를 한 게 아니라 선산의 묘 `이장' 문제를 논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녹음내용을 3차례 가량 재생해 들은 뒤 "위증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결론짓고 공판조서에 기록했다.

검찰은 이날 CD 검증에서 대화내용이 한 전 총리에게 9억원을 줬다는 공소사실에 부합한다는 측면과 한씨의 검찰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한씨는 앞선 공판에서 `안심시켜 드리기 위해 부모님이 잘못 아는 내용을 계속 재확인해준 것이므로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으며 검찰 진술은 모두 다 지어낸 얘기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임수정 기자 san@yna.co.kr sj9974@yna.co.kr